명절 연휴에는 대부분의 병·의원이 문을 닫지만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연휴’가 따로 없다. 명절과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맞춰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석병원·신장내과가 연휴에 투석실을 운영하더라도 투석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으로 막혔을 때 개통치료를 하는 병원은 쉴 수 있다는 것이다.
투석 당일 혈관이 막혀 투석을 받지 못하면 혈관개통술이 가능한 병원을 새로 찾아야 하고, 연휴에는 결국 응급실을 거쳐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명절 연휴의 응급실은 여러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기 마련이다.
민트병원 혈관센터 김건우 원장(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은 “투석혈관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와 다른 변화가 있다면 긴 연휴를 대비해 미리 투석혈관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연휴 전에 이런 변화 있었다면 미리 확인
투석혈관은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많은 양의 혈액이 오가며 흐르도록 만든 혈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 안쪽이 좁아지는 협착이 생길 수 있고, 협착이 심해지면 혈류가 감소하면서 결국 혈전이 생겨 혈관 전체가 막힐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투석환자가 명절 전마다 혈관조영술이나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KDOQI 혈관접근 가이드라인 역시 특별한 이상이 없는 혈관에 일률적으로 예방적 시술을 하기보다 실제 협착을 의심할 만한 임상 신호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대표적인 신호로는 ▲투석 후 지혈시간 증가 ▲투석 중 정맥압 변화 ▲투석효율 저하 ▲혈관의 촉진·청진 소견 변화 등이 있다.
따라서 최근 투석할 때 전보다 바늘을 찌르기가 어렵거나, 혈류량이 잘 나오지 않거나, 투석기 압력이 자주 올라가고, 팔이 갑자기 붓거나, 지혈이 어렵거나, 혈관이 전보다 단단하게 박동한다면 연휴 전 혈관 상태를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하루 한 번 혈관의 ‘스릴’ 확인하기
환자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혈관점검법도 있다. 투석혈관 위에 손가락을 가볍게 올리면 ‘스르르’ 혹은 ‘지잉’ 하는 진동이 느껴진다. 이를 스릴(thrill)이라고 한다.
평소 자신의 혈관에서 어느 정도의 스릴이 느껴지는지 알아두면 변화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미국신장재단(NKF)도 투석환자에게 동정맥루나 인조혈관의 진동을 매일 확인하고, 진동이 현저하게 약해지거나 반대로 ‘쿵쿵’ 박동이 느껴진다면 다음 투석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즉시 의료진에게 연락하도록 권고한다.
김건우 원장은 “매일 아침 투석혈관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미리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평소 잘 느껴지던 스릴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박동이 느껴진다면 빠르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혈전이 생긴 혈관은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혈전이 굳고 범위가 넓어져 개통이 어려워질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투석혈관 막히면 연휴 끝나고 가야지’는 금물
연휴 기간 투석혈관이 막히면 최악의 경우 투석을 받지 못해 투석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투석 효율이 좋지 않다면 연휴 전 혈관점검을 받도록 하고, 미처 점검을 받지 못했다면 연휴 기간 동안 투석혈관이 갑자기 막혔을 때 어디에서 혈관개통술을 받을 수 있는지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연휴 중 문을 연 의료기관은 응급의료포털 E-Gen이나 119·129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모든 의료기관에서 투석혈관 개통술까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문 전 전화로 치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보건복지부도 명절마다 E-Gen 등을 통해 연휴 중 운영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건우 원장은 “최근 혈류가 떨어지거나 지혈시간이 길어지는 등 이상징후가 있었다면 연휴 전에 초음파 등으로 상태를 확인해두는 것이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석혈관이 갑자기 막혔다고 해서 반드시 새 혈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협착과 혈전의 위치에 따라 카테터를 이용한 혈전제거와 풍선확장술 등으로 기존 혈관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막힌 상태를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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