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반자’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신뢰와 응원은 빛을 발한다. 숙명의 라이벌로 만나 성장을 이끄는 든든한 동료가 되는가 하면, 위대한 기록을 작성한 아버지가 조용히 딸의 뒤를 묵묵히 지키기도 한다. 금빛 정상을 향해 한마음으로 등을 떠밀어주는 이들의 따뜻한 응원 릴레이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 여자 유도 최중량급(78㎏ 이상)은 현재 2파전 체제다. 간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2개의 동메달을 목에 건 김하윤(26·안산시청)에 이어 이현지(19·용인대)가 급성장하며 거세게 치고 올라왔다. 두 선수는 승패를 거듭 주고 받았고, 라이벌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대표 선발전에선 이현지가 김하윤을 꺾고 개인전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다만 혼성 단체전에서는 함께 호흡을 맞춘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은 두 선수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크다. 김하윤은 “(7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항상 선의의 경쟁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도장 밖에서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라고 전했다. 이현지는 “하윤 언니는 나에게 코치님이자 선생님이다.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주는 존재”라고 미소지었다.
AG 첫 출전으로 긴장하는 후배를 위해 먼저 다가간다. 김하윤은 “유도 대신 웃긴 이야기를 자주 해 준다. 항상 말을 먼저 걸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현지는 “사실 내가 경기 전에 표정이 굳고 경직된다. 하윤 언니 덕분에 AG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패배를 안긴 경쟁자지만,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김하윤은 “어린 나이에 세계적으로도 정말 잘하는 선수다. 덩치에 비해 몸도 잘 쓰고, 힘도 세서 단점을 꼽기 힘들 정도”라며 “현지가 ‘항저우 때 언니가 1등 했으니 이번엔 내가 1등 하겠다’고 장난스레 말하는데 그저 고맙고 든든하다. 라이벌이지만 한국 유도 대표하는 선수니까 꼭 1등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체조계에서는 대를 이은 특별한 교감이 존재한다.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가 한국 체조대표팀 주장으로서 2번째 아시안게임(AG) 금메달을 노리는 딸 여서정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여서정은 AG 여자 도마의 유력한 메달 후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동메달 등을 획득했다. 지난 6월 열린 2026 기계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우승 후보 안창옥(북한)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여 전무는 “전체적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올라왔다. 부상 부위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서정이의 몸 상태도 이상 없다”고 말했다.
1994 히로시마 대회, 1998 방콕 대회 남자 도마 2연패를 달성한 여 전무는 무리한 간섭 대신 따뜻한 기다림을 택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먼저 겪은 선배로서, 내가 먼저 다가가 조언하면 자칫 간섭으로 느껴져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딸이 먼저 힘들거나 답답해서 물어볼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언을 건네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부녀 최초 AG 2연패라는 대기록을 향해 힘찬 도약을 준비한다. 딸의 도전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여 전무는 “서정이가 다치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하면 정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늘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에 고맙고, 끝까지 부상 없이 웃으며 경기를 마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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