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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리만의 개성으로”… ‘킬잇’ 우승 김나라X챌미, ‘체리나라’가 얻은 것

입력 : 2026-09-11 09:59:00 수정 : 2026-09-11 1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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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김나라(왼쪽)와 챌미. 에스팀 제공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김나라(왼쪽)와 챌미. 에스팀 제공

파격적인 삭발 투혼을 시작으로 ‘킬잇’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독보적인 캐릭터로 우승한 김나라, 아쉽게 탈락한 후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 챌미가 ‘10년 차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로서 업그레이드된 시너지를 예고했다.

 

지난 7월 종영한 tvN 예능 ‘킬잇’은 모델, 스타일리스트, 인플루언서 등 100인의 여성 스타일 크리에이터가 펼치는 패션 서바이벌을 그렸다. 차세대 스타일 아이콘 자리를 두고 벌어진 12화의 경연을 거쳐 탄생한 우승자는 김나라다. 첫 미션부터 삭발을 감행하더니 독보적인 세계관과 실력을 인정받으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종영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는 김나라와 챌미, 스타일리스트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체리나라’가 함께 자리했다.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김나라(왼쪽)와 챌미. 에스팀 제공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김나라(왼쪽)와 챌미. 에스팀 제공

◆‘10년 차’ 체리나라의 도전

 

오랜 경험으로 쌓은 실력을 이미 인정받아 온 두 사람이다. K-팝 아티스트부터 패션 브랜드, 에디토리얼까지 다양한 스타일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영국패션협회 ‘뉴 웨이브: 크리에이티브즈(NEW WAVE: Creatives)’에 선정됐고, 챌미는 한국인 최초 살로몬 글로벌 모델로 발탁되는 등 스타일리스트를 넘어 글로벌 패션 신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0년 차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터인 체리나라가 ‘킬잇’에 도전하며 세운 목표는 하나다. 이들은 “우리의 가능성을 시장에 알리고 싶었고, 한국 시장에서도 견고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며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콘’을 뽑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아이코닉함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새롭게 등장하는 신예들 가운데 오래 자리를 지킨 두 사람이다. 출연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리프레시될 거란 믿음은 확실했다.

 

목표는 상위 10인에 드는 것이었지만, 서바이벌은 결코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촬영은 예상보다 더 혹독했다”고 돌이켰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촬영에 예선전만 사흘을 거쳤다. “체중이 3㎏이나 빠졌다”고 말한 김나라는 “춥고 배고프고 졸린 극한 상황에서 미션을 던지더라.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라고 말했다.

 

3라운드 ‘피드 전쟁’에서 탈락한 챌미는 PPL 브랜드로 등장한 노스페이스의 바람막이 미션을 예상하고 미리 스타일링을 구상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캐리어 속 의상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첫 미션의 결과물은 그렇게 탄생했다. 챌미는 “개인적으로는 반항적 무드에 록스타 기질, 비비안웨스트우드 스타일을 오마주한 펑크 패션을 선보이고 싶었는데 보여줄 기회가 없어서 안타까웠다”면서 “방송을 보신 분들은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 보여주고 싶었던 스타일은 아쉬운 대로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우승자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순간은 있었다. 최종 3라운드에서 ‘위 드로우 이치 아더(We draw each other)’를 주제로 삼은 김나라는 하얀 의상을 입은 모델들의 몸에 직접 페인트를 칠하는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미술을 전공하며 작가를 꿈꾸던 그에게 패션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현장에서는 전시 서문을 준비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지만, 시청자에게는 미처 전달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무대의 의미와 준비 과정들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해 아쉬움을 달랬다.

tvN 패션 크리에이터 서바이벌 '킬잇' 우승자 김나라.
tvN 패션 크리에이터 서바이벌 '킬잇' 우승자 김나라. 

◆체리나라, 친구에서 동업자로

 

이렇게 자신만의 세계관을 쏟아낸 두 사람은, 방송 이전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사이다. 대학생 시절 대외활동을 하며 만난 사이다. 가장 친한 친구에서 둘도 없는 동업자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챌미는 네이버 패션블로거로 시작해 스타일리스트 업무를 시작했다면, 김나라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다 영국 매거진의 제안을 받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어시스턴트부터 계단을 밟아가는 대신 업계의 오퍼를 받아 빠르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플루언서이면서 스타일리스트로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는 장점에 기존에 없던 반항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인다는 점도 강점이 됐다. 두 사람은 체리나라라는 이름으로 2018년 팀을 꾸려 이듬해 SNS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해 온 두 사람에게, 지난 10여 년은 인플루언서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진 시기이기도 하다. 한때는 ‘관종’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이제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을 붙여 SNS 피드로 수익을 얻는다. 챌미는 당시를 떠올리며 “파워블로거가 끝나고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오는 시기였다.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인플루언서는 많지 않았는데, 우리는 서울패션위크의 부흥과 더불어 더욱 알려지게 됐다”고 돌아봤다.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챌미. 에스팀 제공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챌미. 에스팀 제공

이어 “브랜드를 콘텐츠에 녹이기 위한 방안을 찾다 보니 같이 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발점을 짚었다. 서울 동대문 DDP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데일리룩을 선보이며 주목도가 커졌다. 같은 패션도 해외에선 노멀하게, 한국에선 유니크하고 과감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다. 초창기 SNS 계정은 해외 팔로워들을 주축으로 성장했다.

 

한편 ‘킬잇’ 참가자들은 기획으로 시작해 모델,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스타일 크리에이터는 스타일을 만드는 ‘스타일리스트’,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크리에이터’를 더한 단어다. 방송을 보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과연 ‘스타일 크리에이터’의 정의가 무엇인지였다. 체리나라 역시 이 점을 고민했다.

 

먼저 챌미는 “스타일리스트는 내가 설정한 캐릭터에 맞게 누군가를 무궁무진하게 꾸며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스타일 크리에이터는 어떤 것을 줘도 ‘내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캐릭터가 확고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나라는 “거창한 말 같지만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코닉함’이 스타일 크리에이터의 특징이 아닐까. 우리도 어떻게 하면 아이코닉 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다 답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중요한 건 창작자의 캐릭터와 취향이다. ‘입혀주는 대로’ 입으면 코스프레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챌미는 “나만의 취향이 있는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일관성 있고 하나의 캐릭터와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껍데기뿐인 모델과 다를 바가 없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tvN 패션 크리에이터 서바이벌 '킬잇' 우승자 김나라.에스팀 제공
tvN 패션 크리에이터 서바이벌 '킬잇' 우승자 김나라.에스팀 제공

◆‘킬잇’이 가져다준 변화

 

인지도를 쌓아가면서도, 정작 ‘대중성’은 스타일 크리에이터로서 언제나 고민 중인 숙제였다. 김나라는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굶어 죽고, 반대로 고려하면 캐릭터를 잃는다. 특히나 한국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느껴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 중에 ‘킬잇’을 만났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지, 일을 그만둬야만 하는 것인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긴 고민은 ‘킬잇’ 우승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김나라는 “미션 중에도 타협하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 더이상 대중성과 타협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결론을 얻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챌미. 에스팀 제공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챌미. 에스팀 제공

챌미는 누구보다 김나라의 우승을 자랑스러워했다. 해외 체류 중이던 그의 ‘촉’이 김나라의 우승을 예상했다고. “내가 믿고 존경하는 친구가 우승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마지막 무대는 이 친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우승이라는 결과 못지않게 ‘킬잇’이 두 사람 각자에게 남긴 변화도 컸다. ‘학구파’ 챌미는 영문학을 전공하며 콘텐츠도 결국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런던 유학 시절 패션 비즈니스와 스타일링을 공부하면서 록 펑크 문화에 깊게 스며들었던 그는 ‘킬잇’에서도 아이덴티티를 살려 펑크한 느낌의 센 캐릭터를 설정했다.

 

챌미는 “‘킬잇’을 통해 내가 생각보다 더 펑크 패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더 결국 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꺼내어 쓸 수 있더라. 나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게 됐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의미를 찾았다. 이어 “나의 가장 큰 키워드를 반항(rebellious)으로 삼고 핑크 머리를 고집하면서 머리색을 바꾸면 내가 아닌가 싶어 고민이 있었는데 이젠 머리색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아이템만으로도 나를 설명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기분 좋은 변화를 전했다.

 

김나라 역시 방송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했다. 그는 “내가 남들이 다 같이 가는 길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고, 생각보다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김나라의 기개는 초반부터 남달랐다. 2라운드 일대일 데스매치 탈락 위기 속에서 삭발이라는 초강수를 던져 화제가 됐다. 짧은 머리에 화려한 타투, 작은 체구까지. 흔치 않은 캐릭터로 피날레를 장식한 그는 “나답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도 되는구나 싶었다. 패션업계에서 일 하면서 그림을 놓게 됐는데, 방송을 통해 오히려 작가의 꿈을 다시 불태우게 됐다”라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김나라(왼쪽)와 챌미. 에스팀 제공
스타일리스트 듀오 체리나라의 김나라(왼쪽)와 챌미. 에스팀 제공

◆개성 담아 브랜딩…“융합 아티스트 목표”

 

이렇게 방송을 계기로 자신을 재발견한 두 사람은, 팀의 방향성도 다시 정립했다. 그동안은 들어오는 의뢰를 가리지 않고 소화해 왔다면, 이제는 체리나라만의 개성을 다듬어 브랜딩화 하고자 한다. 누가 봐도 ‘체리나라의 작업물’인 것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두 사람은 단순히 스타일링을 넘어 비주얼 전반을 디렉팅하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융합된 아티스트팀으로 보이고 싶다”고 바랐다.

 

체리나라는 ‘킬잇’ 이후 멘토 장윤주·안아름의 소속사 에스팀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아티스트로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싶었던 타이밍에 에스팀을 만나게 됐다.

 

방송 출연에 앞서서는 르세라핌, 에이핑크, 에이티즈 등 K-팝 아티스트 스타일링부터 브랜드 캠페인, 패션 에디토리얼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독창적인 비주얼을 그려왔다. 아이돌 그룹과의 협업에서 ‘스타일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은 더욱 빛났다. 각자가 가진 강점, 취향, 스타일 등을 고루 고려해 맞춤형 스타일링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방송을 준비하며 K-팝 아이돌 스타일링은 잠시 쉬었는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관심 있는 분야는 계속 서칭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체리나라가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진 만큼, 아이돌 가수들을 꾸며주는 스타일링 메이크오버 방송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서 “에스팀과의 계약으로 소속 아티스트와 협업을 비롯해 방송 분야에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 욕심이 생긴다”라고 포부를 빛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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