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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할 수 있다… ‘끝내기’ 영웅들이 써 내려가는 한여름 인간찬가

입력 : 2026-08-30 13:29:09 수정 : 2026-08-30 13: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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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박정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외야수 박정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스포트라이트 밖의 기다림이 가장 뜨거운 환희로 바뀌는 순간, 스포츠는 승패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남긴다.

 

주전보다 백업, 선발보다 교체 출전에 익숙했던 박정우와 이호연(이상 KIA), 장진혁(KT), 김재현(키움)은 8월의 끝자락에서 잇달아 주인공이 됐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언젠가 나에게도 빛나는 순간이 온다’는 희망이 결코 막연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29일 현재 프로야구는 폭염 휴식기를 마치고 지난 11일 재개된 뒤 여덟 차례 끝내기 승부를 쏟아냈다. 그 절반을 이른바 ‘언성 히어로’ 네 명이 장식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가장 최근인 2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는 박정우가 SSG와 연장 10회 말 1사 만루에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 올 시즌 84경기에 출전하고도 타석은 단 82번뿐이었다. 2017년 입단 후 1군에서는 273경기 303타석,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369경기 1126타석을 소화했다.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 번트처럼 눈에 덜 띄는 몫을 맡았던 그가 이날만큼은 승전고에 앞장섰다. 가족의 건강 문제와 오랜 부침으로 속앓이해 온 박정우는 경기 뒤 펑펑 울었다.

 

내야수 이호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내야수 이호연.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동료 내야수 이호연 역시 나흘 전 같은 장소서 큼지막한 한 방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25일 친정팀 롯데와의 경기에서 9회 말 2사 만루 상황에 나서 KBO리그 최초의 2사 대타 역전 끝내기 만루포를 터뜨렸다.

 

프로 데뷔 후 KT를 거쳐 KIA까지 세 팀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간 주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처럼 돌아온 자신의 차례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1주기를 최근 맞은 이호연에겐 더욱 각별한 순간이었을 터. 경기 뒤 가장 먼저 아버지가 떠올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7일 수원에선 장진혁이 프로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두산과 4-4로 맞선 연장 11회 말 나온 솔로포였다. 지난해 엄상백(한화)의 자유계약(FA) 보상선수로 KT에 합류했지만, 2년 사이 대수비(129경기·35선발) 자원에 머물렀다. 올 시즌 1군 타석은 45타석만 주어졌다.

 

주전 외야수 샘 힐리어드의 출산휴가로 선발 출전한 이날 기어코 담장을 넘겼다. 장진혁은 이 감격을 가장 먼저 자신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놓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해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야수 장진혁(가운데). 사진=KT 제공
외야수 장진혁(가운데). 사진=KT 제공

 

김재현은 자신의 한 방이 기회를 기다리는 후배들에게 힘이 되길 바랐다. 23일 고척 KIA전 9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그는 4-7로 뒤진 9회 말 2사 만루에서 이날 첫 타석을 맞았다. 이의리(KIA)의 시속 155㎞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KBO리그 역대 세 번째 3점 차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이었다.

 

프로 15년 차 베테랑 김재현은 오랜 시간 벤치를 지켰다. 올 시즌 김건희와 김동헌 등 젊은피들에게 안방을 내줬고 2군 타율도 0.193에 그쳤다. 이 홈런은 개인 통산 8호이자 1551일 만에 나온 한 방이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돈 김재현은 2군 후배들 얘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그는 “‘나도 나가면 할 수 있구나’라는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한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포수 김재현(가운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포수 김재현(가운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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