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골프 스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의 벌타 논란이 경기 규정을 넘어 정치권력의 스포츠 개입 문제로 번졌다.
디섐보는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오픈(디오픈)서 2벌타를 받은 뒤 판정에 반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권력자의 영향력에 기대려 한 발상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더타임스 등은 21일 디섐보가 대회 주최 측인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락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R&A는 BBC스포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없으며, 어떤 선수였더라도 결정은 같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주 영국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5번 홀서 시작됐다. 디섐보는 공 뒤쪽의 긴 풀을 여러 차례 밟아 스윙 구역을 개선했다는 경기위원회의 판정으로 2벌타 징계를 받았다. 그는 재검토를 요구하며 맞섰다.
스카이스포츠는 디섐보가 기권 가능성까지 내비쳤으며, 판정 확정이 늦어지면서 3라운드 티타임 발표도 지연됐다고 전했다. 그는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단순한 엄포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20년과 2024년 US오픈을 제패한 디섐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골프를 함께 치며 친분을 유지해 왔다. 대통령 직속 스포츠·체력·영양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도 맞물렸다. 그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퇴장 징계를 받은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 문제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후 징계가 유예되면서 정치권력의 스포츠 개입 논란이 일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FIFA가 독립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축구에 이어 골프 판정 논란서도 트럼프의 이름이 등장하자 정치권력의 스포츠 개입이 반복되는 양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더타임스는 “디섐보가 실제로 (대통령에게) 연락했더라도 R&A가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적어도 R&A는 FIFA처럼 굴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냉랭한 시선이 빗발친다. 가디언은 디섐보의 태도를 ‘허세와 연극’이라고 평가했다. 디오픈에 출전한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디섐보가 출전 여부를 미루며 대회 운영에 차질을 준 일을 두고 “대회를 인질로 잡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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