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스타의 무대지만, 때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언더독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48개국 체제로 처음 치러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눈부신 이변이 일어났다. 28년 만에 본선에 돌아와 8강에 오른 노르웨이와 사상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카보베르데가 그 주인공이다.
‘괴물 골잡이’ 엘링 홀란을 앞세운 노르웨이는 1998 프랑스 대회 이후 28년 만에 본선 무대로 복귀했다. 오랜 공백이 무색하게 대회 역사상 첫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새역사를 썼다. 홀란은 7골을 몰아치며 돌풍의 선봉에 섰다. 노르웨이는 16강전에서 월드컵 최다 우승국 브라질을 2-1로 꺾는 파란도 일으켰다. 비록 8강전에서 잉글랜드와 연장 혈투 끝에 1-2로 패했지만, 노르웨이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여정을 완성했다.
노르웨이 대표팀이 귀국하자 수도 오슬로는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8강 탈락의 아쉬움보다 사상 첫 8강 진출의 감격이 더 컸다. 수만 명의 팬들은 이번 대회 노르웨이 응원의 상징이 된 ‘바이킹 노 젓기’ 세리머니를 함께 펼치며 선수들을 영웅으로 맞이했다. 8~10세기 유럽을 누볐던 바이킹 문화에서 착안한 이 세리머니는 이번 대회를 통해 노르웨이를 상징하는 응원으로 자리 잡았다. 홀란 역시 32강 코트디부아르전 승리 직후 바이킹 모자를 쓰고 노 젓는 동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이변의 주인공은 카보베르데다. 인구 약 60만 명에 불과한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지만 이번 대회서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남겼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했던 아쉬움을 지우고 데뷔 무대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작은 스페인전이었다. 카보베르데는 조별리그서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대이변의 서막을 열었다. 조별리그 무패행진(3무)을 이어가며 조 2위로 32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써냈다. 32강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으나, 강호를 끝까지 몰아붙인 경기력에 박수가 이어졌다.
돌풍의 중심엔 40세 베테랑 골키퍼 보지냐가 있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슈팅을 연이어 막아내며 단숨에 월드컵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무려 18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개막 전 5만6000명 수준이던 SNS 팔로워는 20일 기준 약 2948만 명으로 불어났다. 인기는 축구계를 넘었다. 신종 바다 민달팽이 종의 이름이 ‘알디사 보지냐’로 명명될 수준이었다.
카보베르데도, 보지냐도 더 이상 무명이 아니다. 보지냐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집 밖에서 거리를 걷고 외식을 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며 “예전에는 카보베르데 출신이라고 말하면 ‘거기가 어디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를 알게 됐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미소 지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