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 챔피언십, 무서워서 어떻게 출전해요.’
메디힐 챔피언십의 운영 대행사이자 선수 매니지먼트 기업 스포츠웨이브가 지난해 12월31일을 기점으로 전속 계약이 만료된 배소현(메디힐)과 그의 새로운 소속사에 소송을 걸어 논란이다. 이 과정에서 배소현의 집으로도 소송 서류를 보내 충격을 주고 있다.
시점은 지난 3월이다. 소송 배경은 ‘배소현의 메인 스폰서사인 메디힐과의 후원 계약에 기여한 바가 있으니 올해 후원금의 일부, 즉 에이전트 피(Fee)를 지급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한 스포츠 분야 전문 변호사는 “기존 매니지먼트사가 기여해 선수와 후원사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해도, 선수와 매니지먼트사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계약상의 권리는 100% 선수에게 넘어간다”라며 “배소현 선수가 새로운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했다면, 기존 매니지먼트사가 가진 권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의 취재가 시작되자 스포츠웨이브 측은 “선수 관련 소송은 ‘진즉에’ 취하했다”라며 “선수에게 무슨 죄가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과 달랐다. 진즉에 소를 취하했다는 스포츠웨이브 측의 설명과 달리 지난 18일에서야 배소현에게 건 소송만 취하했다. 현 소속사에 건 소송과 관련해서도 스포츠웨이브는 “이번 건은 모두 잘 마무리될 것”이라며 “소송을 모두 취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2일 현재까지도 소송 건은 그대로 잡혀있으며, 변론 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잡혀있는 상태다.
배소현 측 관계자는 “오는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이 예정돼 있다. 배소현 선수의 후원사 대회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선수도 엄청 챙기는 대회”라며 “그런데 대회 운영사가 소송을 걸었던 스포츠웨이브다. 어떻게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겠나. 벌써 걱정”이라고 전했다.
배소현이 새로운 소속사로 이동한 배경도 살펴봐야 한다. 통상 투어에서 활약하는 프로의 경우 후원사 또는 소속팀과 매니지먼트사를 따로 둔다. 실제 스포츠웨이브 소속 홍정민의 경우 소속팀은 한국토지신탁 골프단이다. 이는 골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리빙 레전드 손흥민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LAFC가 소속팀이며,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 CAA BASE가 관리를 맡고 있다. 국내 매니지먼트도 따로 두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정후 역시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여자 배구 레전드 김연경 역시 선수 시절 소속팀은 흥국생명이었고, 매니지먼트는 라이언앳이 맡고 있다.
매니지먼트사의 역할은 말 그대로 선수 관리에 있다. 메인 스폰서 유치 및 의류, 클럽, 볼 계약을 진행한다. 광고 및 행사 섭외는 물론 계약 조건 협상 및 이행 관리, 정산 및 세무 지원의 역할을 맡는다. 그뿐만 아니라 선수의 경기력, 이미지 관리 등 선수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다.
메디힐 소속의 배소현 역시 스포츠웨이브의 관리를 받았다. 문제는 정산이었다. 계약상 메디힐의 후원금은 매니지먼트사인 스포츠웨이브로 지급되고, 매니지먼트사는 일주일 내 선수에게 전달해야 한다. 3자 계약이다. 여기서 금이 갔다. 스포츠웨이브는 메디힐로부터 지난해 2월과 7월에 배소현의 후원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이를 선수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5월과 8월에 지연 지급했다. 의류 스폰서 후원금 역시 배소현은 상반기분은 5개월, 하반기분은 45일 만에 받았다. 지연 지급은 전속 계약 해지 사항에 해당한다.
배소현은 속앓이했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배소현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배소현은 지난해 8월 2025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스포츠웨이브와의 매니지먼트사 전속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결별했다. 배소현은 12월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요즘은 ‘무탈하다’라는 말이 참 좋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간 말인 것 같다”라며 “잠시 스쳐간 인연이든 좋았던 좋지않았던 그저 감사하다. 2026년은 모두가 무탈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배소현은 지난 1월1일자로 새로운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스포츠웨이브 측은 지난해 말 배소현의 후원사인 메디힐 측에 배소현 선수에 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공문까지도 보냈다.
KLPGA 투어 통사 4승에 빛나는 배소현은 올 시즌 7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최근 2개 대회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10일 끝난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올 시즌 첫 컷 탈락을 기록했고, 직전 두산 매치플레이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24년 29개 대회에서 3회 우승, 톱10피니쉬 8회 등의 화려한 기록을 남겼던 것과 대비된다.
프로선수에게 시즌은 생존의 시간이다. 특히 골프는 멘털 스포츠로 불린다. 선수 개인 공간으로까지 소송 서류가 전달되면 온전한 멘털로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
배소현을 후원 중인 메디힐도 전전긍긍이다. 메디힐은 골프 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단순히 선수만 후원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여자 골프 스타 산실인 KLPGA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 대회 타이틀 후원사로 나섰으며, 메디힐 주니어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스포츠 산업 활성화, 상생의 기업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권오섭 메디힐 회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며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다. 배소현과의 인연도 여기서 시작됐다. KLPGA 투어의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인 배소현이 데뷔 8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하는 등 자신의 꿈을 펼치자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메디힐에 합류한 배소현은 오로라 레이디 챔피언십 우승컵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번 건과 관련해서는 후원사의 입장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정산 문제로 신뢰관계가 흔들렸고, 결국 전속관계가 이미 종료됐다. 이후 선수는 새로운 매니지먼트 체제 아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 계약의 출발점을 근거로 지속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은 많은 팬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으로 비치고 있다.
스포츠계는 늘 ‘선수 보호’를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가장 약한 위치에 놓이는 쪽도 결국 선수다. 골프계에서는 “권리 주장과 별개로 최소한 선수의 커리어와 심리 상태까지 흔드는 방향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법정 공방이 아니다. 선수의 혼이 담긴 샷이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선수 한 명이 필드 밖 법적 전쟁에 휘말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골프계 전체가 다시 살펴볼 일이기도 하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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