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마이애미 땅을 밟았지만, 한국 투수진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선발 손주영(LG)이 팔꿈치 염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대체자로 거론되던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합류도 결국 불발됐다. 열악한 상황에서 투수진 총력전을 예고한다.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진은 내일이 없다는 각오로 도미니카공화국전에 나선다.
한국 마운드는 불안했다. WBC C조 조별리그 4경기에서 9피홈런을 허용했다. 홈런뿐 아니라 흔들린 제구 속에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이 이어졌다. 체코에 4점, 일본에 8점, 대만에 5점, 호주에 2점을 내줬다. 호주전의 극적인 승리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마운드의 안정감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설상가상으로 선발 자원 손주영까지 잃었다.
강타선을 막아야 한다.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팀들보다 더 강한 도미니카공화국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타자들이 즐비하다. 승부의 첫 단추, 선발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반 흐름이 경기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 남은 선발 요원 7명 가운데, 류현진(한화)과 곽빈(두산)이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먼저 한국계 투수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은 미국 무대 경험이 풍부하지만, 8일 대만전·9일 호주전 이틀 연속으로 등판했다. 소형준(KT)은 체코전 선발 등판 후 호주전에서 불펜 투수로 활용됐다. 고영표(KT)는 일본전서 부진했고, 정우주(한화)도 경험 부족을 노출했다. 선택지는 결국 류현진과 곽빈이다.
둘은 대만전서 나란히 등판했다.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 3이닝 3피안타(1홈런) 1실점, 4회에 마운드를 넘겨받은 곽빈이 3⅓이닝 2피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완벽한 투구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경험에선 류현진을 따라올 자가 없다. 전성기보다 구위가 떨어진 게 사실이나, 빅리거들을 수차례 상대해본 노하우와 경기 운영 능력, 제구력은 여전히 강점이다. 좋은 기억도 있다. LA 다저스(2013년)와 토론토 블루제이스(2020년) 시절 마이애미 말린스 홈구장인 론디포 파크에 2차례 등판해 모두 퀄리티 스타트(QS)를 기록했다. 13⅓이닝 동안 4자책점 0피홈런 4볼넷 13탈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 특성까지 고려하면 좌완 류현진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곽빈도 매력적이다. 곽빈은 현재 한국 최고의 파이어볼러로 평가받는다. 대표팀 투수 가운데 직구 평균과 최고 구속 모두 1위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곽빈은 이번 대회 패스트볼 평균 시속 96.2마일(154.8km), 최고 97.9마일(157.5km)을 기록하고 있다. 150km 중반대 강속구로 도미니카 타선과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다.
물론 ‘깜짝 카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총력전이라는 점이다. 마운드가 도미니카공화국의 뜨거운 타선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대표팀이 다시 한 번 기적을 꿈꾼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