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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이게 되네?”…‘비틀쥬스’ 김준수가 말아주는 ‘저세상’ 쇼타임

입력 : 2026-03-12 17:04:48 수정 : 2026-03-12 18: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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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거대한 모래벌레(왕뱀이)가 튀어나오고, 집이 순식간에 기괴한 팝업북처럼 변한다. 객석에선 “우와” 하는 탄성과 함께 “이게 가능해?”라는 의구심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각적 구현과 1초도 쉴 틈 없는 김준수의 에너지. 뮤지컬 ‘비틀쥬스’는 그야말로 ‘이게 되네?’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작품이다.

 

당신이 상상한 ‘저승’은 어떤 모습인가? 칙칙한 수의를 입은 망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정막한 공간을 떠올렸다면, 여기 초록색 머리의 악동 유령이 내뱉는 걸쭉한 농담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저세상’으로의 초대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막이 오르는 순간, 관객은 무대 위 거대한 유령의 집, 혹은 기괴하면서도 황홀한 놀이동산 한복판에 던져진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장 유쾌하고 발칙하게 뒤집어엎으며, 관객의 기대를 가볍게 뛰어넘는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놀이동산을 옮겨놓은 듯한 무대 미학

 

‘비틀쥬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무대 연출이다. 팀 버튼 감독의 원작 영화가 가진 기괴한 미학을 무대 위로 완벽하게 구현해낸 이 작품은, 시시각각 형태를 바꾸는 집 세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움직인다. 관객은 눈앞에서 집의 구조가 뒤바뀌고, 거대한 모래벌레가 객석을 위협하며, 캐릭터들이 공중을 유영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는 시각 효과를 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놀이동산에 온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조명과 영상, 그리고 아날로그적인 퍼펫 기술이 결합된 무대는 1분 1초도 시선을 뗄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듯한 공간감과 화려한 색채 대비는 시각적 포만감을 극대화하며, 왜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 불리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비틀쥬스’ 그 자체, 김준수가 쏟아낸 200%의 에너지와 매력

 

이 거대한 무대 장치들 사이에서 결코 묻히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하는 이는 단연 주연 배우 김준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모든 내공을 200% 이상 쏟아부으며 비틀쥬스라는 난해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입었다. 98억 년 동안 외로움에 몸서리친 악동 유령으로 변신한 그는, 특유의 신비로운 허스키 보이스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놀라운 점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방대한 대사와 고난도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소화한다. 그러면서도 관객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동물적인 무대 매너는 감탄을 자아낸다.

 

비틀쥬스의 광기 어린 장난기 속에 언뜻 비치는 지독한 고독감을 표현해내는 섬세함은 김준수라는 배우가 가진 저력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춤, 노래, 연기, 그리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카리스마까지. 그는 비틀쥬스라는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김준수의 거의 모든 작품을 본 기자로서 가장 놀라운 성장, 도전을 눈으로 확인했다. 

 

▲불편함 없는 ‘매운맛’ 유머, 그 안에 담긴 묵직한 생의 메시지

 

작품 전반에 흐르는 거침없는 비속어와 블랙코미디는 ‘비틀쥬스’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자칫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수위 높은 농담들도 재치 있는 로컬라이징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통해 불쾌함이 아닌 유쾌한 카타르시스로 치환된다. 이는 세상의 가식과 엄숙주의를 비웃는 비틀쥬스의 캐릭터성과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매운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히 웃기는 공연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흐르는 따뜻한 메시지 때문이다. 유령이 된 부부와 외로운 소녀 리디아, 그리고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비틀쥬스의 여정은 결국 ‘상실’을 어떻게 마주하고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답다”는 역설적인 진리는 화려한 쇼가 끝난 뒤 관객의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으로 남는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화려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따뜻한 이 작품. 방금 막 최고 속력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듯한 흥분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당신이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의 전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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