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계에서 화가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내건 스타들이 늘고 있다. 연기와 음악 활동으로 대중과 만나온 이들이 캔버스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이다. 대중문화 영역에서 쌓은 경험과 감정, 서사를 미술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연예인 화가’ 현상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는 배우 박신양이다. 이미 화가로서 꾸준히 작업해 온 그는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두 번째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제4의 벽’을 열며 다시 한 번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제목 그대로 전통적인 미술 전시 형식에서 벗어나 공연적 요소를 결합한 실험적인 형태가 특징이다.
부제인 제4의 벽은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석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의미한다. 박신양은 과거 저서에서 “사람마다 자신만의 제4의 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지점에서 상상이 시작된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이러한 개념을 전시 공간으로 확장해 구현했다.
그의 가상 작업실로 꾸며진 이번 전시에는 사과와 당나귀, 투우사 등을 소재로 한 연작 등 150여점의 작품이 걸렸다. 여기에 정령을 콘셉트로 한 배우 15명이 전시장 곳곳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며 관람객과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광대 분장을 한 배우들이 그림 속 장면을 흉내 내거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전시를 하나의 공연처럼 느끼게 한다.
박신양은 “관람객이 작가의 작업장 안으로 들어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함께 경험하는 형식”이라며 “전시라는 말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쇼라는 표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10일까지 이어진다.
가수 김완선 역시 올해 화가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는 미국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미술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13일부터 31일까지 뉴욕 텐리 문화원에서 열리는 전시 ‘아이콘 온 디맨드(Icon On Demand)’는 팝스타로 살아온 과거와 예술가로서의 현재를 동시에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 제목에는 과거 대중의 요구에 의해 움직이던 아이콘에서 이제는 스스로 이미지를 창조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주요 작품으로는 무제-빨강(Untitled-Red)와 자화상 등이 공개된다.
미국 미술 평론가 탈리아 브라초풀로스 박사는 김완선의 전시에 대해 “팝 아이콘으로서의 삶을 규정했던 시스템을 넘어 예술가로서 자율성을 확립하려는 치열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분석했다.
래퍼 치타도 미술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황창배미술관에서 첫 공식 개인전 ‘보이시스 비욘드 사운드(VOICES BEYOND SOUND):인간의 욕심으로부터’를 열고 작품 22점을 선보이고 있다.
치타의 작품은 자연과 동물, 인간의 관계를 중심 주제로 삼는다. 말과 판다, 치타, 호랑이, 여우 등 다양한 동물을 등장시켜 환경 문제와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해양 쓰레기를 몸에 두른 거북이나 달릴 땅을 잃은 말의 모습 등은 환경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만 동물들의 표정과 색채는 비교적 밝고 친근하게 표현돼 묵직한 메시지 속에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남긴다.
이처럼 미술 활동에 뛰어드는 스타들은 점점 늘고 있다. 배우 하정우, 가수 솔비 등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자기 표현 방식의 확장을 꼽는다. 방송과 음악 활동이 대중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면, 미술은 보다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창작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SNS와 온라인 전시 플랫폼의 확산으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창구가 넓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중 역시 스타의 또 다른 예술적 면모에 관심을 보이며 전시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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