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요리대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는 한식, 일식, 중식은 물론 프렌치와 이탈리안까지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지닌 셰프들이 등장한다.
같은 재료를 두고도, 이들은 각 재료의 상태에 맞는 조리 도구와 조리법을 선택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섬세한 손질을 위한 칼부터 강한 화력을 다루는 웍과 팬, 깊은 조리를 가능하게 하는 냄비와 솥까지. 노련한 셰프는 결코 하나의 도구를 고집하지 않는다. 재료의 상태와 부위, 그리고 요리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택할 뿐이다.
성형외과 의사의 진료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안티에이징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하지만 환자마다 얼굴이라는 ‘재료’의 상태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피부 결을 정돈하는 접근만으로 충분하고 누군가는 보다 깊은 층에서부터 구조를 다시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안티에이징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도구를 갖추었느냐에 있지 않다.
현재 얼굴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도구를 선택했는가에 달려 있다. 오늘은 셰프의 도구함을 열어보듯 우리 얼굴에 적용되는 다양한 안티에이징 도구들의 본질적인 역할과 선택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피부의 질감과 결을 다듬는 도구: 스킨부스터와 EBD
잔주름이 늘어나고 피부 결이 거칠어지며 탄력이 떨어졌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피부 자체의 자생력을 회복시키는 도구다. 이 단계의 문제는 처짐이 아니라 피부라는 재료의 컨디션 저하다.
스킨부스터는 메마른 재료에 수분과 영양을 직접 공급해 피부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도구에 가깝다. 피부 표면의 긴장을 정리해 결을 매끈하게 만들고 전반적인 피부 컨디션을 끌어올려 화장이 잘 받는 상태로 정돈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고주파나 초음파를 활용한 에너지 기반 장비(EBD)는 피부에 적절한 열 자극을 가해 탄력을 정돈하는 도구다. 이는 늘어진 겉면을 억지로 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피부와 지지층 내부에서 탄성이 회복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이러한 도구들은 얼굴의 큰 구조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 피부 자체의 질과 결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쓰인다.
◆꺼진 곳 채우고 위치 바로잡는 도구: 필러, 지방이식, 실리프팅
노화가 진행되며 얼굴의 볼륨이 줄고 조직의 위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꺼진 곳을 채우고 흐트러진 윤곽을 바로잡아야 할 단계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필러와 지방이식, 그리고 실리프팅이다. 필러와 쥬베룩 볼륨, 스컬트라, 지방이식은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공통적으로 꺼진 부위를 보완해 얼굴의 입체감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단계의 도구들은 40대 전후, 인상의 큰 변화 없이도 자연스럽게 젊음을 유지하고 싶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쓰인다. 다만 처짐이 너무 심해 남는 피부가 많은 경우에는 이 도구들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지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도구: 거상과 눈·이마 성형
팔자 주름과 심술보가 두드러지고 턱선이 완전히 무너졌거나 눈꺼풀이 처져 시야를 가린다면 이제는 얼굴의 지지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안면거상, 목거상, 이마거상, 상안검, 하안검 수술과 같은 수술적 접근이다.
이 단계의 수술들은 공통적으로 늘어나거나 처진 조직을 정리해 얼굴 각 부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균형을 다시 맞추는 데 목적이 있다. 눈꺼풀과 이마 수술은 과도해진 피부와 조직을 정돈해 시야와 인상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안면거상과 목거상은 피부, 유지인대, 스마스층(SMAS)을 포함한 지지 구조를 함께 다뤄 내려온 조직을 제자리에 가깝게 복원하는 과정이다. 이는 피부 겉면을 단순히 당기는 치료와는 접근 자체가 다르며 얼굴 전체의 균형과 안정감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처짐이 충분히 진행된 얼굴에서는 이 단계의 도구가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이 된다.
훌륭한 셰프는 결코 하나의 도구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수술로 얼굴의 지지 구조를 바로잡고 시술로 피부의 질감과 미세한 디테일을 보완할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결과가 탄생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가 더 우월한가가 아니라 지금 내 얼굴이라는 ‘식재료’에 어떤 도구가 가장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이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바로 성형외과 전문의의 눈이자 실력이다.
안건형 리아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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