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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같은 여우를 봤나… 타깃에 딱딱 꽂힌 웨지샷으로 정상 오른 이가영

입력 : 2025-06-08 18:13:28 수정 : 2025-06-08 18: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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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 2차 홀에서 홀컵 1.6m 지점에 떨어지는 신들린 웨지샷
-1R부터 선두 지키며 와이어투와이이 우승… 통산 3승째 기록
-"올해 목표는 시즌 2승… 계속 승수 쌓아갈 수 있도록 노력"

 “나를 믿고 치자”는 우직함, 그 뒤엔 영리한 승부수가 있었다. ‘18번 홀(파5) 웨지샷=풀 스윙’이라는 공식을 스스로 만들어낸 이가영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통산 3승째를 챙겼다.

 

이가영은 8일 강원도 원주시 성문안CC(파72·6494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이가영은 2022년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2024 롯데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개인 통산 3개의 KLPGA 투어 트로피를 챙겼다. 이번 우승으로 2억1600만원과 함께 대상 포인트 80점까지 챙겼다.

 

기록지 상으로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다. 대회 첫날부터 신들린 아이언샷으로 공동 선두에 오른 이가영은 2라운드에서도 공동 선두를 지켰다. 최종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에 나선 이가영은 마지막 연장에서 승부사다운 기질을 발휘하며 정상에 올랐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1, 2라운드에서는 퍼트로 고생했다. 다만 정확한 아이언, 웨지샷으로 타수를 까먹지 않고 챙겼다. 3라운드에서는 초반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버디 2개를 기록했지만, 보기도 2개나 기록했다. 이가영은 “최종 라운드 전반에 타수를 줄이지 못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스코어를 보니 크게 벌어지지 않았더라”며 “다시 해보자고 다짐한 것이 후반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가영은 후반들어 기세를 올렸다. 노보기 플레이를 하면서도 버디 2개를 챙겼다. 이날 2언더파 70타 포함 최종 합계 12언더파 204타로 한진선, 신인 김시현과 함께 공동 선두로 정규 홀을 모두 마쳤다.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사실 이가영이 대회 홀 아웃을 했을 때만해도 김시현과 공동 2위였다. 이때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 있던 한진선은 13언더파에서 버디 기회까지 잡았다. 이대로 끝날 것 같았던 승부는 한진선의 스리퍼트 보기로 연장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가영은 “사실 진선 언니가 마무리를 할 줄 알았다. 나는 물을 뿌려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운이 좋게 연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연장도 접전이었다. 18번 홀에서 다시 시작된 승부, 세 선수 모두 티샷을 페어웨이 가운데에 안착시키며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여기서 김시현은 승부수를 띄웠다. 우드를 잡고 투 온을 노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실제 볼이 그린 바로 앞에 떨어지면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가영의 날카로운 웨지샷을 이겨낼 방도는 없었다. 이가영은 홀컵까지 약 86m 남은 가운데 웨지를 잡았고, 이내 홀컵 1.6m 지점에 볼을 똑 털어트렸다. 버디. 여기서 김시현은 짧은 어프로치로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한진선은 약 10m 롱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2차 연장으로 끌고 갔다.

2차 연장 역시 서드 샷에서 갈렸다. 티샷, 세컨드샷 모두 비슷한 거리에 떨어졌다. 여기서 이가영은 또 한 번 날카로운 웨지샷으로 홀컵에서 1.8m 떨어진 지점에 볼을 놓았다. 반면 한진선은 1차 연장과 마찬가지로 다시 10m 지점까지 볼이 굴러가면서 결국 이가영의 승리로 대회가 끝났다.

 

이가영은 우승 원동력으로 “연장에서 나를 믿고 샷을 하자고 생각했고, 이것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듬직한 곰 같은 우직함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우승 원동력은 여우의 영리한 꾀에서 발현됐고, 여기에 날카로운 웨지샷이 더해진 결과다. 이가영은 “18번 홀에서 서드샷을 하면 볼이 많이 구른다는 것을 파악했다”라며 “그래서 캐디 오빠와 18번 홀 서드샷은 최대한 웨지 풀샷으로 구사를 해 볼이 구르는 것을 최소화 하자고 했다. 그래서 세컨드샷을 아이언으로 했고, 웨지 풀샷을 할 수 있는 거리에 볼을 보내자고 했다. 이것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즉 의도적으로 세컨드샷에서 아이언을 잡아 홀컵 80~90m 지점에 볼을 보낸 것이다. 이어 웨지 풀샷으로 홀컵을 노리는 공격적인 전략이 통했다.  

이가영은 “연장에 가면 모든 선수가 긴장한다. 나 역시 이번 대회 들어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치 않았다”며 “스스로를 믿고 샷을 했던 것이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2승이 목표였다. 계속 승수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 5연패에 도전했던 박민지는 최종 합계 3언더파 213타를 기록,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쳤다. 시즌 3승으로 상금과 평균 타수, 대상 포인트, 다승 등 올 시즌 주요 부문 선두를 달리는 이예원은 9언더파 207타, 공동 8위에 올라 톱10을 지켰다.

 

원주(강원)=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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