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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현장] ‘20주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문화의 척도 ‘실내악’, 음악가 진솔함 담은 장르”

입력 : 2025-04-14 15:07:31 수정 : 2025-04-14 15: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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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상진 비올리스트, 강동석 예술감독, 김영호 피아니스트(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한국의 실내악 발전을 이끌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잇고 있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에 비교적 생소했던 실내악을 널리 알리며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SSF는 클래식 음악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지난 20년간 축제에는 그만큼 많은 음악인들이 거쳐갔다. 올해도 국내 청중에게 실내악의 매력을 알리고자 69명의 예술가들이 총 14회의 무대에 오른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측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안동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SSF 원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원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켜온 피아니스트 김영호(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학교 교수)이 참석했다.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주제는 ‘20 Candles’다. 해마다 자축의 의미로 켰던 촛불의 숫자를 의미한다. 20회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20인의 음악가를 하루에 만나는 공연, 작품 번호(Opus) 20으로만 이뤄진 공연, 지난 20년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자주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만 모은 공연, 작곡가들의 20대에 쓰인 곡들을 20대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공연 등 프로그램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영호는 “20년을 해왔다는 것 자체로 축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예전에만 해도) 실내악이라는 장르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고 인기가 없는 장르였는데 열심히 노력한 결과 우리나라 실내악을 일으킨 것 같다. 저도 20년을 같이 해왔다는 게 자랑스럽고 영광”이라고 20주년 소감을 밝혔다.

 

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동석 예술감독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SSF가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구심점이나 SSF의 상징은 단연 강동석 에술감독이다. 김상진은 “행사를 20년 동안 꾸준히 할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다. 사실 구심점이 없으면 안 된다. 강동석이라는 음악가가 제가 어릴때부터 아이돌 같은 분이었는데 따르는 음악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았고 처음부터 좋은 연주자를 섭외할 수 있었다. 그게 페스티벌의 질을 결정하는데 강동석이라는 뮤지션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올 수 있었다”고 강동석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결국 SSF의 색깔은 강동석이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외국에서는 실내악 페스티벌이 어디를 가도 많다. 한국에서도 실내악 축제를 해보고 싶다는 꿈은 항상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실내악만 갖고 집중적으로 하는 페스티벌이 당시엔 정말 없었다”고 SSF를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20년 동안 한국 음악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아서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강 감독은 한국 실내악의 발전을 언급하며 “너무 좋은 연주자들이 많이 나왔고 20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연주 수준이 올라갔다. 균형이 잡힌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요즘 젊은 연주자들은 실내악에 관심이 많고 실내악의 중요성이 더 알려지는거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지난 20년 동안 가장 만족감을 느꼈던 순간을 두고 강 감독은 “청중도 만족하고 연주자들도 즐거워해서 모두 다 좋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20년 동안 하면서 간접적으로라도 우리나라 실내악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앞장서서 한국 실내악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때까지 저희가 활약을 더 했으면 하고 그런 시기가 빨리 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영호 피아니스트, 강동석 예술감독, 김상진 비올리스트(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유명한 실내악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SSF만의 즐길거리다. 강 감독은 “새로운 곡들을 소개하는 게 개인적으로 즐겁고 자랑스럽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선보이는 곡들 중에선 라블의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4중주, 우크라이나 작곡가 세르게이 유페로프의 피아노 3중주, 독일 작곡가 클루가르트의 피아노 5중주 등을 기대되는 곡으로 꼽았다. 

 

강 감독은 “청중들도 들어보면 금방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곡들이다. 모르는 창작가라고 해서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오히려 알려진 곡들보다 더 흥미가 있을 것”이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SSF는 국내 연주자는 물론이고 해외 유명 음악가들까지 앞다퉈 참석하는 명망 있는 실내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일정이 빠듯한 연주자들이 기존의 스케줄을 제쳐서라고 SSF를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진은 “페스티벌의 명성이나 가치는 서서히 쌓이는 것”이라며 “강동석 선생님이 그동안 좋은 음악가들을 초청해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해외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사실 이제 막 콩쿨에 입상한 음악가들에게는 관대하지 않다. 아직 검증이 덜 됐기 때문에”라며 “그런데 저희는 그런 분들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다. 매년 젊은 연주가들 참가를 많이 한다. 70대부터 10대까지 강동석 선생님을 먼저 알아보시고 그런 훌륭한 음악가들이 몇 년 안에 세계적으로 성장해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영호 피아니스트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그러면서 “많은 젊은 연주자들이 유명해지기 전에 이미 SSF를 통해서 데뷔 무대를 했고 그렇게 실내악적인 커리어도 쌓아나갈 수 있었다는 게 우 SSF의 자랑거리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벌써 20주년을 맞이했지만 SSF의 현실은 만만치 않다. 30주년, 40주년까지 이어가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많은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강 감독은 “매년 하는 거니까 그저 반복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매년 도전할 것들이 생기고 힘든 점도 많아서 걱정이 많다”고 운을 떼며 “중요한 건 재정적으로 지원을 더 받아서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FF는 서울시의 지원을 일부 받고 있지만 축제 초창기보다는 비중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문화예술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협찬사들의 파트너십을 통한 지원이 SFF의 예산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강 감독은 “지원이 없으면 축제는 생각도 못한다. 그게 바탕이 되고 (지원이) 더 두꺼워져서 더 많은 관객이 와서 (실내악을) 들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아무래도 예산이 안정돼야 여러가지 일정을 다양하게 짤 수 있고 기획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바랐다. 아울러 “한국 연주자와의 비율 차이가 심하지 않을 정도로 외국의 연주자 비율도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김상진은 “음악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실내악이고, 가장 대중적인 건 오페라, 성악이다. 대중이 뒤늦게 입문하는 게 실내악”이라며 “작곡가의 내면을 알기 위해선 실내악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외부에 보이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작곡가 내면의 의도까지 녹여내서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게 실내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나라 문화의 척도는 실내악 수준과 비례하다는 말이 있다”며 “실내악 청중이 많아진다는 게 우리 문화가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거기서 SSF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서 자랑스럽다. 외국의 연주자들을 만나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길 오고 싶어한다”며 “개런티가 많은 것도 아닌데도 좋은 사람들이랑 어울려셔 연주하는 걸 음악가들이 좋아한다”고 실내악의 매력을 설명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상진 비올리스트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그러면서 “작곡가 세밀한 내면을 알 수 있고 연주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연주돼서 듣는 재미가 있다. 저희가 즐거워하는 실내악을 같이 나누고 싶다”며 SSF를 향한 관심과 기대를 당부했다.

 

김영호 또한 “연주자로서 실내악이 정말 좋은 이유가 솔로는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실내악은 남의 소리를 듣고 같이 가야 한다. 자기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음악성이라는 건 남의 음악을 듣고 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실내악을 자랑했다. 

 

강동석 감독은 “실내악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데 첫걸음이 제일 중요하듯이 한번 맛들이면 좋아할 거다. 오히려 실내악이 어려운 게 아니고 듣기 쉽다”며 “한번 보시면 ‘어려운 게 아니구나’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0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오는 22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다음 달 4일까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총 14회의 공연이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를 비롯해 2024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우승팀인 리수스 콰르텟,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성악 강사를 역임한 베이스 바리톤 안민수, 2025년도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존 아담스의 ‘Girls of the Golden West’ 앨범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이혜정 등 총 69명의 예술가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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