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정치적 충돌 속에서도 헌법재판소는 법에 따라 움직였고, 대통령은 파면됐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민주주의 복원력’의 사례라며 한국을 주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되자 해외 주요 언론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외신 기사에 달린 독자들의 반응이 대체로 ‘부럽다’, ‘배우고 싶다’는 표현으로 요약돼 눈길을 끈다. 이들은 한국의 헌법기관이 정권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감탄하며 지지를 보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윤 전 대통령의 퇴진을 세계면 톱 기사로 올렸다. 기사를 통해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탄핵 사태가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한국의 정치 상황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게 됐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 댓글란에는 “한국이 부럽다. 우리는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범죄자도 처벌하지 못한다”, “미국은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 “트럼프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재선됐지만,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 “미국 대법원보다 한국 헌법재판소가 훨씬 도덕적”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워싱턴포스트도 비슷한 톤의 보도를 내놨다. 이 매체는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에도 “국민이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나라”, “결국 옳은 선택을 해낸 한국 국민과 헌법재판소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걸 보며 미국도 언젠가는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일부 누리꾼은 자국 상황과 비교하며 자조적인 목소리도 냈다. “한국인들은 결국 올바른 결정을 해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못하나?”, “한국 국민의 용기와 헌재의 판단력에 깊이 감탄한다”, “도대체 미국은 언제쯤 한국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글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은 온라인을 넘어 거리로도 번졌다. 6일 미국 전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핸즈 오프!(Hands Off!?손 떼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시위에는 노동단체, 민권 단체,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 15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200건 이상의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DC의 워싱턴기념탑 주변엔 “트럼프와 머스크는 물러나라”, “행정부가 입법 권한을 가질 수는 없다”, “이건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라는 문구들이 담긴 팻말이 줄지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동시에 겨냥한 구호도 눈에 띄었다.
이날 시위에는 80대 여성부터 참전용사, 연방 공무원, 지역 사회단체 활동가들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대규모 연방 공무원 감축, 보건예산 삭감, 연방정부 조직 축소,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 접근 등 트럼프표 정책 전반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위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으로도 번졌다. 가디언은 같은 날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트럼프를 퇴진시켜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도 미국 국적 시민들이 모여 관세 정책, 공공예산 삭감 등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미 국무부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의 민주적 제도, 법적 절차,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국 정부와 협력해 한미동맹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도 “EU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적 절차를 존중한다”며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라는 공통의 이익과 공유된 가치에 기반한 대한민국과의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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