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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빨간불③] ‘트라우마’ 호소하는 팬들 “경기장에 못 가겠어요”

입력 : 2025-04-04 08:00:00 수정 : 2025-04-04 09: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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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로야구 10개 구단 여성팬 모임 제공

 

“경기장에 응원 가도 괜찮을까요?”

 

창원NC파크에서 프로야구 경기 중 구조물이 추락해 관람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팬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이젠 환호가 아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경기장 안팎을 맴돈다.

 

깊은 상흔을 남겼다.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팽배하다. 당시 경기장을 찾았거나 사고 소식을 접한 팬들 사이에서는 직접 관람(직관)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포착된 상황이다. 자칫 집단 트라우마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서주애 닥터서 스포츠심리연구소 대표 겸 유한대 건강웰니스학과 겸임교수는 “똑같은 현상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척도는 사람마다 당연히 다르다”며 “누군가에겐 이번 사고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고, 경기장을 찾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과민 반응으로만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사고 직후가 가장 안전한 시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프로야구 10개 구단 여성팬 모임 제공

 

서 교수는 “(사고 직후는) 각종 매뉴얼, 점검, 인력 투입 등 온 신경을 집중해 안전 체계가 철저히 가동되는 시점”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괜찮다’고 말로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비된 매뉴얼과 조치를 팬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단순 우려를 넘어 변화와 책임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여성팬 모임이 2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창원시, 창원시설공단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한다”며 공동 성명을 낸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관중의 생명과 안전은 흥행보다 우선이어야 한다”면서 2, 3일 이틀 동안 KBO 야구회관과 잠실, 수원, 대전, 광주 4개 구장 등에서 트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는 큰 LED 전광판을 탑재한 트럭을 특정 장소와 인근 도로를 운행시켜 모니터에 메시지를 띄우는 형태의 시위 방식을 뜻한다.

 

사진=프로야구 10개 구단 여성팬 모임 제공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스포츠를 일상처럼 즐기던 관객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야구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함께 향유하는 공간인 만큼 가족 단위 관중이 느끼는 거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팬들이 트럭 시위에 나선 것 역시 리그를 향한 단순 비판이 아니라 변화와 회복을 바라는 목소리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는 프로야구를 향한 애정이 없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움직임이다. 지금은 경기 재개가 관건이 아니다. 팬들에게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신뢰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구 교수는 “천만관중 유지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구단과 리그, 지자체가 합심해 관리 체계와 책임 구조를 재정비하고 안전 기준을 구체화하는 실질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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