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응원은 정말 처음이에요.”
괴물 신인 등장이다. 좌완 투수 배찬승(삼성)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서 열린 키움과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다섯 번째 투수로 나섰다. 등장만으로도 관중석이 들썩였다. 6-3으로 앞선 6회 초였다. 1이닝 동안 세 타자 연속 범타를 이끌어내며 깔끔하게 막았다. 첫 홀드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총 투구 수는 8개. 직구와 슬라이더를 각각 5개, 3개 던졌다. 여유 있는 표정까지.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를 입증했다.
정작 본인은 긴장감 넘쳤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엄청 떨렸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배찬승은 “꿈꿔왔던 순간이지 않나. 빨리 올라가고 싶었다. 설렘이 컸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원래 포커페이스를 잘하는 편이다. 안 떨리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제로는 떨렸다”고 귀띔했다. 공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배찬승은 “야구하면서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은 적이 처음이다. 형들도 공이 너무 좋았다고 얘기해줘서 기분 좋았다”고 끄덕였다.

배찬승은 로컬보이다. 대구 옥산초-협성경복중-대구고를 졸업했다. 2025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완주한 끝에 1군 개막 엔트리에 입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구단 내부서 “올해 신인들 정말 잘 뽑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대가 크다. 즉시 전력감을 넘어 향후 필승조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삼성의 경우 불펜 쪽에 강한 공을 뿌리는 유형이 많지 않다. 배찬승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대목이다.
강점은 역시 포수 미트를 뚫을 듯한 강력한 직구다. 150㎞대 빠른 공을 던진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152㎞를 찍으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날도 마찬가지. 직구 최고 구속이 155㎞까지 나왔다. 스스로는 “적당한 긴장감이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마운드 위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다. 페이스가 좋은 야시엘 푸이그에게도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직구를 꽂아 넣는 모습이었다. 세 타자 가운데 두 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등 운영면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프로 무대는 아마추어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적응해야할 것들이 많다. 상대하는 타자들의 수준이 높은 것은 물론,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개막전 대신 두 번째 경기서 등판시킨 배경이기도 하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아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한 번 분위기를 보고 나선 게 도움이 됐다. 배찬승은 “좋게 말씀해주시고 이렇게 내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더 잘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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