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고 했죠.”
이것이 바로 삼성이다. 개막전부터 화끈한 야구를 펼쳤다.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서 열린 키움과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홈경기서 13-5 대승을 거뒀다. 삼성의 색깔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홈런 2개를 비롯해 장단 18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포효했다. 선발 라인업 중 전병우를 제외한 모든 타자들이 안타를 신고했다. 삼자범퇴로 물러난 이닝을 찾기가 힘들 정도. 야구장을 꽉 메운 만원 관중(2만4000명)은 힘찬 함성으로 새 시즌을 맞았다.
고른 활약 속에서 특히 ‘캡틴’ 구자욱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3번 및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3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무려 네 번이나 출루했다. 타구 방향도 우익수, 좌익수 방면 등 골고루 나왔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홈런이다. 10-2로 크게 앞선 5회 말이었다. 이재현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무사 1루 상황서 상대 투수 조영건의 4구를 공략했다. 142㎞짜리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으로 들어오자 주자 없이 방망이를 냈다. 투런포였다.

쾌조의 컨디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건강한 구자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5년부터 10년간 1군서 마크한 통산 타율만 0.318에 달한다. 지난 시즌엔 129경기서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 등을 올리며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새롭게 작성했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변수가 있다면 몸 상태였다. 지난해 가을야구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겨우내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보다 탄탄해진 몸으로 새 시즌 출발을 알렸다.
무엇보다 삼성만의 강점을 앞세워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일찌감치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스토브리그서 자유계약(FA)으로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선발진이 두터워진 데다 강력한 한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경기. 구자욱도 활짝 웃었다. “기분 좋게 출발하게 돼 좋다”면서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경기였다. 어린 선수들이 주자를 깔아주면, 베테랑들이 해결하는 식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이 좋다. 천하의 구자욱도 과거 개막전만 되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개막전만 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시범경기서 이미 만원관중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올해는 스스로 신기할 정도로 차분했다. 구자욱은 “시범경기 때부터 많이 찾아와주신 팬들 덕분인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4타점을 홀로 쓸어 담았지만 만족은 없다. 구자욱은 “야구라는 게 컨디션과 무관한 것 같다. 사실 (개막을 앞두고) 타격감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내면서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귀띔했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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