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코 로봇’ 선제 도입
무릎 전치환술·반치환술 포함
2024년까지 2만5000례 이상 수술
단일 병원으론 국내 최다 건수
수술 후 휜 다리 유의미한 개선
일반 수술에 비해 바르게 교정
정확도 높여 수술 시간도 단축
통증·관절 평가서도 만족도 높아
지난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국민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활기찬 인생 2막을 꿈꾸는 액티브 시니어도 증가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활동이다. 걷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고,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아야 삶의 질이 유지된다.
결국 중요한 요소가 무릎 건강이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게 노화다.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해 433만명 이상이 노화로 인한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는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환자만 238만명. 노인 4명 중 1명이 관절염을 앓는다. 가장 많은 게 평생 체중을 버텨온 무릎 관절염이다.

초기에는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시큰거리는 정도다. 하지만 말기에 이르면 걷기가 어렵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O자 다리가 특징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존치료로 버티며 노화의 속도를 늦추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이 최종 종착지가 된다.
◆명의의 로봇수술 선제적 도입… “마지막 종착지, 무조건 성공해야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사실상 치료 대안이 없는 마지막 단계다. 장년층들은 삶의 질 유지를 고려할 때 언젠가 받아야 할 수술로 여긴다. 정형외과에서 이를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수술로 이야기하는 이유다. 물론 성공률도 95%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32년 넘게 환자들을 돌본 인물이 이수찬 목동힘찬병원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이다. 수십년간 무릎 관절염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며 어떻게 하면 환자가 더 편안하게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20일 만난 이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은 마지막 단계에서 선택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이 효과가 없으면 환자는 물론 의사도 괴로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원장은 최근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대세로 떠오른 로봇수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트렌드를 리딩해왔다. 7~8년 전부터 로봇 인공관절 수술 도입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그는 당시 모든 치료에는 트렌드가 존재하듯 이 역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기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관련 논문 200여편과 임상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실제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실제 로봇을 사용하는 대학병원 교수에게 질문도 하며 시연에도 나선 뒤 도입을 결심했다.

◆단순 도입? 적극 임상‧학술연구… ‘글로벌 최다 로봇수술’
힘찬병원은 2020년 6월부터 목동힘찬병원에 스트라이커 사의 마코 로봇을 도입했다. 이후 상원의료재단 산하 인천힘찬종합병원을 비롯해 강북‧부평‧부산‧창원 등 6곳 힘찬병원에서 2024년까지 총 2만5242건의 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전치환술‧반치환술 포함)을 시행했다.
초기에는 일반 수술 방식과 병행하며 약 30% 정도의 환자에게만 적용했다. 이후 점차 확대되면서 2023년에는 전체 인공관절 수술 3000건 중 2300건(약 77%)이 로봇 수술로 진행됐다.
특히 2020년 6월 목동힘찬병원이 마코로봇을 첫 도입한 같은 기간 국내 전체 마코 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4만5952건. 힘찬병원이 수술한 것만 약 55%를 차지한다. 2020년 6월부터 2024년까지 해당 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힘찬병원에서 수술받은 셈이다.
이같은 기세를 모아 지난해 12월 말 기준, 마코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 2만5000례를 돌파했다. 마코로봇 한국지사인 한국스트라이커 심현우 대표는 이와 관련 “단일병원으로는 국내 최다 수술건수”라며 “특히 2023년과 2024년에는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수술 건수”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리교정 효과 우수… 인공관절 더 오래쓴다
이같은 결과는 단순 로봇 도입에 그치지 않고 힘찬병원 의료진들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연구한 데서 비롯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로봇 수술에 집중했고 수술 방식도 전환시켰다. 수많은 치료 옵션 중 로봇에 집중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원장은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었다는 게 뚜렷하게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선, 힘찬병원은 관절염으로 인해 휘어진 다리 각도를 정밀하게 교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수찬 대표원장은 “인공관절수술 시 다리 축이 바르게 교정되면 무릎이 체중의 부하를 고르게 받기 때문에 인공관절로 가는 부담을 덜어줘 인공관절의 조기 마모를 방지한다”며 “결국 인공관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무릎의 운동범위도 커져 관절의 기능 회복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일반 인공관절 수술 환자와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를 각 50명을 비교해본 결과, 휘어진 다리의 교정 각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일반 수술은 수술 전 평균 약 9.7도에서 수술 후 평균 약 2.9도로, 로봇 수술은 수술 전 평균 약 8.6도에서 수술 후 평균 약 1.8도로 개선됐다. 일반 수술에 비해 로봇 수술이 약 1.1도나 더 바르게 교정된 셈이다.
◆통증·관절기능 개선해 환자 만족도↑
조사 결과 로봇 인공관절 수술 후 통증‧관절기능 개선 면에서 만족도도 우수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약 12~18개월이 지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전 평균 7.1점이었던 통증평가척도(VAS: Visual analog scale)가 수술 후 평균 0.7점으로 대폭 감소했다.
통증평가척도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0∼10점 중에 선택하는 것. 10점에 가까울수록 아프다는 뜻이다.
관절의 기능을 주로 평가하는 슬관절점수(KSS:Knee Society score) 조사 결과, 수술 전 평균 약 111점에서 수술 후 평균 약 178점으로 개선됐다.
◆의료진 역량 관건… 수술 시간 줄여 출혈량↓
모든 수술이 마찬가지지만 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 역시 의사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로봇은 거들 뿐 의료진의 판단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높은 숙련도는 수술시간을 단축시켜 출혈량을 줄이는 요소가 된다. 이 대표원장에 따르면 출혈이 적으면 관절 부종과 염증 반응이 줄어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합병증 위험도 낮아진다. 특히 다리 혈전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어 수술 후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 사례도 크게 감소한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 조사 결과, 마코로봇 도입 초기인 2021년 일반 수술과 로봇 수술의 수술시간은 각각 평균 57.8분과 62분, 출혈량은 각각 평균 725.7㎖, 662.3㎖였다.
당시 로봇 수술로 수술의 정확도를 높여 출혈량은 줄었지만 입력된 사전정보와 실제 관절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 때문에 일반 수술보다 평균 4.2분가량 더 소요됐다. 수술시간은 로봇 수술 도입 초기에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많은 로봇 수술경험으로 숙련도를 높인 2024년에는 수술시간이 평균 45.6분으로 일반 수술보다 무려 12.2분 줄었다. 수술시간을 단축시킨 덕분에 출혈량(566.7㎖)도 더욱 감소했다. 정확성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절개와 조직 손상을 줄인 결과다.
이 대표원장은 “로봇시스템 도입뿐 아니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술실 운영과 수술팀의 뛰어난 팀워크로 수술 시 로스 타임(lose time)을 최대한 줄인 것도 수술시간을 단축시킨 주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수술 안전하다는 소문에… 80대 의료소비자도↑
로봇수술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자 액티브 시니어층의 관심도 커졌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도입 전후 80대 이상 고령환자 수를 비교해보니 도입 후 고령환자가 5배가량 증가했다.
이수찬 대표원장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세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며 “로봇으로 수술의 정확도를 높여 합병증과 부작용을 줄임으로써 고령환자들도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새 무릎 더 오래 쓰도록… “논문쓰고 특허내고”
힘찬병원은 많은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현재까지 총 8건의 마코로봇 관련 국제논문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국내 의료진이 발표한 마코로봇 관련 논문은 총 10건이다. 이 가운데 5건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SCIE급 저널에 게재됐다. 관절·척추병원으로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받으며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선도하는 중이다.
특히 병원은 로봇수술 등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절삭기구를 자체 개발해 국내와 국제특허를 취득하고 적용하고 있다.
이수찬 대표원장은 “수많은 임상결과, 뼈가 단단한 남성 환자들의 경우 대퇴골(허벅지뼈)를 다시 절삭을 해야 하는 사례가 일부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진들이 직접 수술기구 개발에 나서게 됐다”며 “해당 기구는 로봇 수술의 장점인 정확도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뼈 절제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기존 로봇 수술기구와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수술법으로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아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을 더욱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수찬 대표원장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뿐 아니라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의 만족도도 높아 기존 수술을 보완하는 수술기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로봇 수술은 손상된 무릎 내측연골만 부분적으로 교체함으로써 정상 인대와 뼈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더욱이 수술 난도가 높아 보편적으로 시행되지 않았던 부분치환술에도 로봇 기술이 접목돼 적극 시행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에도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게 이 대표원장의 설명이다.
"수술을 거듭하면서 이 방법이 정말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환자들의 회복 속도와 만족도가 기존보다 높아졌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이수찬 목동힘찬병원 대표원장)"
TIP. 이수찬 대표원장이 알려주는 ‘이럴 때 무릎관절염 의심’
-무릎이 구부러지지도 펴지지도 않는다
-무릎에 3일 이상 물이 찬다(단순 물 빼기보다 정확한 원인 찾아야)
-난간을 짚어야만 계단을 내려갈 수 있다
-걷다가 방향 전환 시 통증이 느껴진다
-무릎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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