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민속5일장 매월 4·9일 열려
춘천 등 전국 팔도 기름집 한곳에
단양구경시장 육쪽마늘 유명세
말바우시장 팥죽·동지죽 일품
북평·창녕시장도 한 번쯤 가봐야
여행의 묘미는 ‘먹거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지역 특유의 분위기, 활기, 맛있는 특산물이 모인 곳은 단연 ‘시장’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주제로 ‘전국 오일장 먹거리’를 선정했다. 지역만의 독특한 정취와 이야기가 담겨 있는 향토 음식은 오일장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싱싱한 재료와 손맛이 어우러진 정겨운 한 그릇의 온기에서 우리 전통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겨울 여행지를 추천한다.
◆닷새마다 돌아오는 먹거리 축제, 모란민속5일장

멀리 가지 않고도 수도권에서도 이름난 오일장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성남의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 9일인 날에 열린다. 이는 조선 시대부터 규모 면에서 손꼽히는 장시였다.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이용되다가 오일장이 서는 장날에는 공터에 천막 지붕이 생기고, 좌판이 들어서 활기가 넘친다. 찬바람 불고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드니, 뜨거운 것이 당긴다. 꽈배기, 호떡, 뻥튀기, 팥죽, 칼국수, 수구레국밥까지 입맛 돋우고 속을 따뜻하게 채워줄 먹거리가 천지다.
길을 몰라도 고소함을 따라가면 될 정도로 규모가 큰 백년기름특화거리도 있다. 가게 문을 연 지 40년이 넘는 기름집 40여 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춘천?천안?화성?여주?강진 기름집 등 간판만 봐도 전국 팔도 기름집이 다 모였다.
모란종합시장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한 ‘로스팅랩’에선 ‘고소함을 걸어요’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름 종류별 일반 교육과 기름 압착 과정 시연, 기름시장 골목투어, 깨강정 만들기 등이 포함됐다. 단체 또는 개인별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다. 올해 체험 프로그램은 3월부터 운영 예정이지만 단체의 경우 전화로 문의하면 체험 날짜 조율이 가능하다.
단돈 1000원으로 도심 속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성남종합운동장 야외썰매장도 지척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칼로리를 태우러 가기 좋다.
◆영동지역민의 삶이 담긴 ‘북평민속시장 소머리국밥’

강원도 동해 시내의 ‘북평민속시장’은 끝자리가 3일과 8일인 날에 열린다. 북평장은 1796년에 시작되었으며, 문화광장은 강원도에서 유명한 쇠전(우시장)이 열렸던 장소다.
쇠전은 꼭두새벽부터 열렸다. 소를 거래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온 사람들은 거래를 앞두고 막걸리 한 사발과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
우시장은 2008년 삼척시 미로면에 새롭게 개장하면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국밥 거리로 남았다. 동해 주민들은 ‘영동지역 사람들에게 북평민속시장의 국밥집은 마음의 고향 같은 장소’라고 입을 모은다.
북평민속시장 국밥집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소머리국밥이다. 가까이에 쇠전과 도살장이 있어 고기를 팔고 남은 소머리나 내장 같은 부위를 구하기 쉬웠으니 국밥집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소머리국밥의 맛은 식당마다 다르다. 저마다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하기 때문. 뽀얀 국물을 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빨간 국물을 내는 식당도 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식당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장을 구경한 뒤 묵호 등대 앞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로 향해보자. 59m 높이로 세워진 스카이워크에서 동해와 묵호 등대, 묵호항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자이언트 슬라이드와 공중 외줄을 자전거로 건너는 스카이 사이클을 타고 스릴을 즐길 수도 있다.
◆단양팔경에 ‘마늘’ 더해볼까… ‘단양구경시장’

충북 단양의 ‘단양팔경’은 전국의 팔경 가운데 손꼽힌다. 이곳의 단양구경시장은 단양 8경에 더한 1경이라 해 구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장 구경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약 120개 매장이 모여 이뤄진 상설재래시장으로 단양전통시장이 전신이다. 요즘 들어서는 ‘먹방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단양구경시장의 인기를 주도하는 것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최현석 셰프가 봉골레 파스타에서 빼먹고 요리했다던 바로 그 ‘마늘’이다. 단양은 석회지역의 약산성 토양과 산지마을의 큰 일교차로 육쪽마늘이 유명하다. 알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특별한 한지형 토종 마늘이다.
이곳은 마늘이 들어간 먹을거리로 시장 음식을 특화했다. 흑마늘닭강정을 필두로 마늘빵, 마늘순대, 마늘만두, 마늘갈비 등 시장의 간판마다 ‘마늘’이 접두어처럼 따라붙는다.
같은 마늘도 종류마다, 가게마다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큼지막하게 썰어내는 시식용 먹을거리도 시장의 인심을 더한다. 일부 맛집은 주말에는 줄 서는 건 기본이다.
◆추워야 더 맛있다, 창녕전통시장의 칼칼한 수구레국밥

경남 창녕군의 창녕전통시장은 1900년대 보부상들이 집결하던 큰 시장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장을 모아 지금 자리에 개설한 게 1926년이라고 하니 어느덧 백 년 역사를 자랑한다.
오일장이 크게 서는 3일과 8일에는 새벽부터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골장이 커봐야 얼마나 크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로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창녕전통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수구레국밥’이다. KBS2 ‘1박2일’에서 이수근이 수구레국밥 먹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창녕 명물로 떠올랐다.
수구레는 소 한 마리에 2㎏ 정도만 나오는 특수부위다. 시장 주변에 수구레국밥집이 여럿 된다. 가게마다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커다란 가마솥이 손님을 유혹한다.
뻘건 국물에 콩나물, 선지, 파 그리고 수구레가 가득 담겼다. 쫀득쫀득한 수구레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창녕 사람들은 국수사리를 넣어 먹는 걸 즐긴다. 숟가락 놓을 때쯤이면 추위에 꽁꽁 얼었던 몸이 싹 녹는다.
디저트도 풍성하다.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달인 꽈배기며 줄이 길게 늘어선 찹쌀호떡은 배가 불러도 포기할 수 없는 시골장의 주전부리다. 전국적인 산지로 꼽히는 마늘,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배했다는 양파도 특산물이다.
◆마음을 녹이는 달콤한 맛과 정, 말바우시장 팥죽

말바우시장은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전통시장이다. 무려 500여 개의 다양한 점포가 들어서 호남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식도락 여행을 온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데, 그중 가장 첫손에 꼽히는 메뉴가 배도 부르고 몸에도 좋은 ‘팥죽’이다.
말바우시장에서 팥을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들은 모두 팥죽과 동지죽을 대표 메뉴로 내세운다. 팥죽에는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들어 있고, 동지죽에는 몰캉몰캉한 새알심이 들어 있다.
팥죽을 주메뉴로 하는 가게들은 모두 맛과 정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팥죽을 먹으러 일부러 말바우시장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생각해 매일 새벽 직접 팥을 씻어 불리고, 불린 팥을 솥에 넣어 팔팔 끓이고, 팥죽에 들어갈 새알심을 손수 빚거나 칼국수면을 반죽해 뽑는다.
손맛이 다른 만큼 팥죽 맛도 제각각이다. 맛집 순례하듯 가게들을 돌아보며 ‘최애(가장 좋아하는)’ 팥죽집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끼에 5000원이면 대접 한가득 푸짐한 팥죽을 맛볼 수 있다니 요즘 세상에 흔하지 않은 인심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