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흥행 필수 요건으로 흔히 톱스타의 주연 캐스팅이 꼽힌다. 그러나 주연 못지않게 극의 서사를 촘촘하게 채우는 조연의 매력이 부실하다면 드라마의 재미 또한 반감된다. 톱스타 주연으로 잠시 시선을 사로잡을 순 있지만 방영 기간 시청자 이탈을 막고 팬층을 키우기 위해선 매력 넘치는 조연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흥행하는 드라마 또한 명품 조연의 활약이 빠질 수 없다. 잘 되는 드라마에 명품 조연이 필수 흥행 공식으로 통하고 있는 셈이다. SBS ‘열혈사제2’는 지난달 첫 방송 이후 7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김남길의 활약도 돋보이지만 극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빌런의 존재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흑수저 출신이지만 초고속 승진을 이뤄낸 남부지청 마약팀 부장검사 남두헌 역을 맡은 서현우는 노련한 연기력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캐릭터를 풀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서현우는 찰진 대사를 완벽한 사투리로 살려내는 등 극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밀도 있는 연기력으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도를 선사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노련한 내공으로 묵직하게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현우의 열연에 이하늬는 드라마 비하인드 영상에서 서현우에게 ‘연기 청부업자’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서현우는 지난 21일 ‘2024 S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역대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족계획’에선 진서연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남겼다. 진서연은 극 중 특교대의 안소진 대위로 분해, 버려진 아이들을 수용하는 폐쇄적이고 냉혹한 시스템을 대표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주인공 영수(배두나)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핵심인물이며 극 전반의 서사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특별출연 형식인 만큼 분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작품 중간마다 나오는 회상 장면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이며 작품에 강렬한 무게감을 더했다.
정은채는 지난달 종영한 tvN ‘정년이’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극 중에서 국극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지만 권태와 허무감을 느끼고 있는 문옥경 역을 맡았다. 데뷔 이래 가장 짧은 커트 머리로 변신한 정은채는 중성적인 목소리와 보이시한 매력으로 ‘잘생쁨(잘생김+예쁨)’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주인공 정년이(김태리)에게는 다정하고 따뜻한 선배미를 풍기면서도 혜랑(김윤혜)에게는 싸늘함을 내비치는 등 복합적인 감정을 그려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조연임에도 방영 기간 화제성 조사에서 출연자 화제성 부분 상위권을 독식할 정도로 시청자는 물론이고 온라인상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작품의 뿌리이자 출발점은 김태리였지만 ‘정년이’는 정은채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
정은채 또한 작품이 끝난 뒤 “이런 멋진 캐릭터가 제게 찾아와서 신기할 따름”이라며 다시 캐릭터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져도 문옥경을 연기하겠다고 연기 호평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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