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왕국’ 재현을 노린다.
채비는 마쳤다. 2025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두산의 왼손 투수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외국인 투수 콜 어빈, 잭 로그를 차례대로 영입한 가운데 둘 다 좌완이다. 국가대표 투수 최승용도 내년 선발진 구상에 포함된 상황이다.
선발진 5명 가운데 무려 세 자리를 좌완으로 채울 수 있게 됐다. 내년 시즌 키를 쥔 격이다. 다만, 의문부호가 있다면 뒷문이다. 마당쇠 이병헌이 올 시즌 불펜의 중심을 잡았지만, 그 뒤를 받쳐줄 좌완 투수가 부재한 바 있다. 이에 확실한 왼손 불펜 카드를 추가하는 게 당면과제로 급부상했다.
두산의 2010년대 중반 좌완 뎁스는 화려했다. 유희관, 장원준(이상 은퇴)이 선발진 기둥 역할을 맡았고, 이현승(은퇴), 함덕주(LG)가 불펜을 지켰다. 2010년대 중후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었다. 이들의 조력 아래 우승 3회(2015, 2016, 2019년)를 차지했다. 그 시절의 영광을 다시 꿈꾼다.
부흥의 토대는 마련됐다. 단연코 핵심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서 활약한 특급 자원 어빈이다.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빅리그서 단일시즌 10승을 기록했다. 2021년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에서 활약하면서 10승15패 평균자책점 4.24(178⅓이닝 84자책)를 마크했다. 올 시즌 역시 빅리그 현역 선발 투수였다. 29경기(16선발) 6승 6패 평균자책점 5.11(111이닝 63자책) 성적을 올렸다. 통산 기록은 6시즌 동안 134경기(93경기 선발) 28승40패 평균자책점 4.54(593이닝 299자책)다.
최근 메디컬 테스트가 불발된 토마스 해치를 대신해 팀에 새롭게 합류한 로그도 주목할 만하다. 콜에 비해 빅리그 경력은 부족한 편이다. 빅리그 3시즌 통산 19경기(10경기 선발)에 등판해 3승8패 평균자책점 7.20(70이닝 56자책)을 기록했다. 두산 관계자는 “로그를 3년 동안 꾸준히 관찰했으며, 스토브리그 때마다 영입 리스트 최상단에 있었던 선수다.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숨김 동작(디셉션)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특유의 낮은 팔 각도에서 나오는 변화구가 위력적이라는 평가다. 쓰리쿼터와 사이드암 사이에 있는 투구 폼이다. 직구의 경우 최고 시속 151㎞를 자랑한다. KBO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브룩스 레일리(전 롯데)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국내 좌완 선발 최승용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선수다. 올 시즌 막판 흐름을 탔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출전 경험 또한 값진 양분이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1월 마무리 캠프에서 최승용을 향해 “내년 시즌 팀의 선발 자원”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좌완 불펜이 고민”이라며 “이병헌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선수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게 이병헌은 올 시즌 정규리그 최다 등판(77경기)을 기록한 이다.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만큼 내년에는 과부하를 막는 게 급선무다. 이 감독은 “(이병헌이) 올 한 해 정말 고생했는데, 짐을 나눠 들 선수들을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사령탑의 레이더에 이미 포착된 선수도 여럿이다. 1군서 제법 얼굴을 비춘 왼손 투수 이교훈을 포함해 김호준, 박지호 등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 이 감독은 셋을 두고 “내년 중간에서 해줄 역할들이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예비 전력이 아닌 1군 즉시전력으로 거듭날 기회다. 곰 군단이 과연 불안 요소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좌완 왕국의 명성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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