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김승수 국민의힘(대구 북구을) 의원.
박정하 국민의힘(강원 원주시갑) 의원.
배현진 국민의힘(서울 송파구을) 의원.
신동욱 국민의힘(서울 서초구을) 의원.
정연욱 국민의힘(부산 수영구) 의원.
진종오 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체육계 논란을 야기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이러한 관심에 편승해 책임감, 본분, 공정과 투명, 정의를 강조며 증인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지적하고, 비판한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정확히 3개월 뒤 자신들이 외쳤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동을 범한다. 이들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 투표를 거부하고 국회를 빠져나간 105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6명의 의원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로 시계를 돌려 이들이 했던 말들을 다시 되새겨보자.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이기흥 회장을 향해) “체육계 발전을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적 확대만을 위한 인선만 하고 있다.”
-“윗물이 맑지 않은데 아랫물이 맑을 수 없다.”
-“대한체육회에 대한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하나같이 연임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을 때 체육계 부정부패는 더 만연해지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홍명보 감독을 향해) “특정한 학교의 어떤 그런 학연에 근거한 카르텔 있는 거 아니냐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정몽규 회장에게) “공사를 구분 못하고 지금 축구협회를 사유화했냐라는 질문을…
-“말 돌리지 마시고요.”
-“주의 주세요.”
-“예, 아니오로 부탁드립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정몽규 회장을 향해) “불공정과 부적절함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장면이 전국민에게 생중계 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국민 그 누구도 정몽규 회장의 연임 신청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심각한 문제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체육회가 동호회 수준만도 못한 것 같다.”
한국 스포츠는 변화의 길림길에 있다. 내년 1월 대한체육회장, 대한축구협회장 등 굵직한 선거들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임’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3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4선에 도전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들은 업무방해, 배임, 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경찰 및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핵심은 이들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국회 문체위 소속 6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들의 잘못을 크게 꾸짖으며 질타했다. 그렇게 질타를 했다면, 적어도 본인 스스로 같은 잘못은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켰지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국감에서 소리치며 질타하던 모습은 없었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투표에조차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사격황제라 불렸던 진종오 의원을 비롯한 배현진, 박정하, 김승수, 신동욱, 정연욱(부산 수영구) 등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단 한 명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눈물겨운 제 편 지키기다. 국민의힘 당론에 따라 모든 것을 방관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모두 부결시키기로 정한 바 있다. 실제로 7일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먼저 열린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만 표결한 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105명이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그 결과 재적의원 300명 중 195명만이 참여,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지 못해 탄핵소추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찬반 여부를 떠나 투표를 내려놓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정당당히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어야 한다. 국회 앞에 수십만 명의 시민이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직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 정작 국민을 위해 앞장서야 할 이들은 나라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한 사안 앞에서 뒤로 물러서기 급급했다. 선거 때마다 투표를 독려했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당선을 위해 쏟아내던 감언이설들이 떠오른다.
정당성을 잃어간다. 나라의 안위보다 개인의 손익계산서가 먼저였던 이들이다. 누가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그들의 주장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이유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스쳐지나간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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