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경과 김현수가 침묵을 깨야 LG의 가을야구가 무르익는다.
프로야구 LG는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치른 KT와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서 6-5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패했던 LG는 내리 2, 3차전을 잡고 플레이오프 진출의 7부 능선을 넘었다. 1승만 더하면 2위 삼성이 기다리고 있는 대구로 향한다.
이날 LG는 좌완 투수 손주영과 핵심 타자 오스틴의 활약이 빛났다. 손주영은 이날 선발로 나선 최원태가 흔들리자 3회 2사 후 구원 등판해 8회까지 KT 타선을 무력화 시키는 호투를 선보였다. 손주영의 기록은 5⅓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0실점. 탈삼진은 7개나 솎아냈다.
타선에선 오스틴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역점 스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박동원 역시 기선 제압을 알리는 선제 솔로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LG가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길목에서 유리한 지점을 선점했지만, 한가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4번 타자 문보경의 침묵이다. 준PO 들어 단 1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도 삼진 1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웃지 못했다. 준PO 전체 범위를 넓히면 더 심각하다. 14타석 12타수 0안타 3삼진, 타율 0.00이다. 출루는 볼넷 1개가 전부다.
심각한 문제는 타구가 심지어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보경이 1∼3차전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외야로 타구를 보낸 것은 1차전 마지막 타석 중견수 플라이가 전부다. 2루수 땅볼이 3차례로 가장 많았고, 이어 투수 땅볼이 2차례 나왔다. 이어 유격수 땅볼과 플라이 그리고 2, 3루 플라이가 각각 1차례였다. 타구가 대부분 투수와 2루수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희생번트까지 나왔다. 6-3으로 앞선 7회 선두타자 오스틴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문보경은 3루수 방면으로 완벽한(?) 번트를 성공했다. 팀의 4번 타자가 그것도 포스트시즌 향방이 걸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점 차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희생번트가 나왔다는 것은 사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4번 문보경을 밀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문보경에 대해 “내일도 4번이다. 번트 대는 4번 타자다”고 전했다.
김현수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날 대주자 교체 전 마지막 타석에서 준PO 첫 안타를 신고했다. 유독 가을야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현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준PO 2경기에서 8타수 0안타. 삼진도 볼넷도 없었다. 3차전까지 합산하면 11타수 1안타 타율 0.091이다.
염 감독은 이번 준PO를 준비하면서 “터지면 가장 강력한 타순”이라며 라인업을 짰다. 이후에도 타격감이 좋은 박동원만 5번까지 끌어올렸을 뿐 순서는 그대로다. 그만큼 현재 타선의 강력함을 믿고 있다. 하지만 그 강력함의 전제는 염 감독의 말대로 ‘터지면’에 있다.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키를 쥐고 있는 문보경과 김현수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원=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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