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기대가 됩니다.”
‘베테랑’ 노경은(SSG)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프로 22년차. 커리어 하이를 새로 작성 중이다. 올 시즌 77경기 나서 8승5패 38홀드 평균자책점 2.90을 마크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30홀드 고지를 밟았다. 나아가 2012시즌 박희수(32홀드)가 기록했던 구단(전신 SK시절 포함)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최고령 홀드왕까지 예약했다. 개인 첫 타이틀이다. 노경은은 “등번호와 같은 38홀드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루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 땀방울로 지운 나이
1984년 3월생. 마운드 위에 선 노경은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올 시즌 이병헌(두산)과 함께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동시에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만큼 사령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요한 순간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가장 먼저 노경은의 이름을 떠올린다. 노경은은 “워낙 타이트한 상황서 많이 나가다 보니, 큰 부담은 없다. 하던 대로, 한 타자씩만 생각하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루틴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하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먹는 것들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단, 유연하다. 현 상황서 최적의 방안을 찾으려 애쓴다. 가령 원래대로라면 노경은은 등판을 마친 뒤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최근엔 이 과정을 생략한다. 노경은은 “시즌 끝까지 팔 컨디션과 구위를 유지하고자 마지막 웨이트트레이닝을 안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
그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지금의 성과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대 후반부터다. 2012~2013시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기도 했다. 2016시즌부턴 롯데에서 뛰었다. 위기도 있었다. 2021시즌을 마친 뒤 방출된 것. 이미 30대 후반을 향해가고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입단 테스트를 통해 SSG와 손을 잡았다. 상승곡선을 그리며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기록을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하나둘 쌓여가는 수치들은 자신감을 채우는 원동력이 될 터. 무엇보다 ‘내일’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노경은은 “목표가 생겼다. 내년에도 20홀드, 나아가 30홀드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웃었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로 자리매김했다. 노경은은 “(나처럼) 늦게 빛을 보는 선수도 있지 않나. 후배들에게 ‘나이 먹어도 (노)경은이형처럼 할 수 있구나’ 동기부여를 심어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강조했다.
◆ 오늘만 바라본다
2024시즌도 어느덧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규리그 기준 SSG에게 남은 경기는 이제 단 하나. 치열한 순위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기 위해선 최종전서 승리한 후 5위 타이 브레이크까지 잡아야 한다. 살 떨리는 긴장감의 연속이지만 정작 노경은은 담담하다. “이미 하늘이 결정해놓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다. 오늘만 본다. 아마추어 시절 봉황대기를 치를 때처럼 항상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