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앙팡테리블] '앵두야 연애하자' 강기화 "데뷔 20년차, 연기쟁이 되고 싶어요"

입력 : 2013-06-19 16:52:45 수정 : 2013-06-19 16:52:45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기화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용의 눈물’로 정극 데뷔를 알렸다. 당시 정태우, 김민정 등과 어린이 드라마, CF도 많이 찍으며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데뷔 20년, 이제 그녀는 성숙해진 연기력을 바탕으로 여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에서 현실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얼마전 방영된 OCN 드라마 ‘TEN 2’에서 이유있는 살인범으로 농도짙은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를 사랑할 줄 알고, 배역에 몰입할 줄 아는 배우 강기화, 그녀가 정말 궁금해졌다.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는 28살 여자들의 성장 드라마다. 강기화는 미술관 큐레이터 이윤진 역을 맡아 외모와 능력을 모두 갖춘 커리어 우먼과 사랑-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의 연기를 선보였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서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제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한송희 씨만 캐스팅 됐어요. 앵두 역할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죠. 저는 시나리오 초기 단계 때 이 작품을 알게 됐는데, 정하린 감독이 제게 출연해달라고 직접 요청했어요. 그래서 대본을 받고 배역을 받아들이게 됐죠. 저는 극중 윤진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윤진이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그런 모습은 저와 다르지만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저와 비슷하죠.”

마치 실제 모습인듯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준 강기화, 실제 성격도 극중 이윤진과 비슷할까.

“영화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장면이 많잖아요. 그게 제 실제 모습이에요. 밝고 장난도 좋아하고, 친구 일이라면 앞장서서 나서죠. 방송일을 오래 하다보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극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요. 현경이요? 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처음 봤어요. 당시 아역 오디션을 보면서 많이 만났었죠. 사적으로도 많이 만났어요. 현경이는 싹싹하고 애교도 많아요. 그런 면을 저도 닮아야 할텐데(웃음).”

얼마전 방송된 OCN 드라마 ‘특수사건전담반 TEN 2’에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살인범 역할을 완벽 소화했다. 밀도높은 연기와 호소력 짙은 눈물로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너무 딱맞는 옷을 입었기에, 캐스팅 뒷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TEN 2’ 감독님이 영화에서 조 감독을 하셨던 분이셨어요. 이 감독님은 주로 드라마보다 영화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제게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미팅을 했죠. 미팅을 하기 전 감독님은 ‘강기화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졌던 것 같아요. 사실 극중에서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어 결혼생활을 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역할이거든요. 그렇게 미팅을 했는데, 미팅 이후에 감독님께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TEN 2’ 캐스팅 현장이 눈물바다가 됐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감독님의 캐스팅 기준은 역할에 대한 분석력보다 이 역할에 이 배우가 적합한가를 많이 보시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제게 이 캐릭터를 어떻게 봤고, 어떻게 분석했냐고 물어보셨어요. 특히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제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던 중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대사를 한 것도 아닌데, 극중 배역인 이지수를 생각해보니 갑자기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이지수는 이럴 것 같다고 말하면서 저절로 눈물이 흐르는데… 감독님께서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서 바로 캐스팅해 주셨어요.”

캐스팅 현장 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도 유독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강기화. 원래 눈물이 많았던 건지, 배역에 몰입해 빠져나오지 못했던 건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극중 이지수가 남편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내 마음은 이랬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있어요.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죠.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고, 그 여인의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남편으로 나오는 선배만 봐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밤에 잘 때도 생각나고, 특히 고백하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선배님 눈만 봐도 눈물이 흘러서,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눈을 피하고 촬영에 들어갈 때만 눈을 쳐다봤었어요. 이 정도로 몰입했던 작품이 있었나 싶었죠.”

이토록 캐릭터에 몰입을 잘 하는 배우가 있을까. 가끔은 심한 몰입이 캐스팅에 지장을 주지 않았을까 염려도 됐다.

“드라마 ‘불한당’이란 작품을 했을 때, 장혁에게 이용당하는 여자 역할로 등장했어요. 이혼을 해서 상처를 받고 자살하는 역할이었죠. 캐스팅 당시 감독님께서 제가 캐스팅되는 것을 반대하셨다고 들었어요. 이유를 들어보니 극중 자살하는 역할인데, 제가 연기하면 진짜 자살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또 너무 몰입하다보면 남자 주인공이 필요 이상으로 나빠보일 수 있겠다고 하고요. 결국 감독님이 결정 못하다가 작가님께서 ‘강기화로 가자’고 하셔서 출연하게 됐어요. 그 덕분에 팬들이 많이 생겼죠.”

다시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 얘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여배우 4명이 한곳에 모여 연기를 했는데,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단합이 참 잘 됐어요. 촬영 대기시간에 모여서 남자 얘기도 하고, 일상적인 수다도 떨고, 그러다가 촬영에 들어갔죠. 가끔 촬영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촬영 현장이 편했어요.”

데뷔 20년, 연기력이 정말 좋지만 배우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던 그녀. 연기자로서의 길을 후회한 적은 없을까.

“어릴적부터 저는 연기를 고집했어요. 어릴 때 가수 제의도 받았지만, 연기자로서의 한 길만 생각했죠. 어릴 때부터 연기가 좋아서, 배우가 되고 싶어 열정을 갖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은데,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지도를 얻고 배우로 유명해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잖아요. 사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원망도 많았죠. 하지만 이제 저도 서른이 넘었고, 오래 배우생활을 하다보니 이제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또 저와 함께 연기를 시작했던 친구들이 저보다 잘 되는 모습들도 많이 봤죠. 어릴 땐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내가 쟤보다 연기 잘 하는 것 같은데… 여러 생각을 하면서 많이 속상해했죠.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젠 멘탈이 강해진 것 같아요. 우울해 하거나 역할 없다고 틱틱대는 것보다 제가 배우로서 성장할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죠.”

30분이 넘도록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문득 강기화가 말주변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간혹 답변하기 곤란스러운 질문에도 지혜롭게 답변하는 그녀의 모습이 대단하게만 보였다. 원래부터 말을 잘했던 것일까.

“제가 말을 잘한다고요?(웃음) 사실 ‘앵두야, 연애하자’ 기자간담회에서 현경이에게 묻어가겠다고 말을 했었어요. 송희도 최근 출연한 영화 때문에 무대인사를 많이 다녔는데도, 기자간담회장에 오니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현경이야 워낙 베테랑이고 송희는 저와 함께 떨고 있었는데, 제가 생각보다 말을 잘 해서 동생들이 놀랐대요. 기자간담회 끝나고 셋이서 이야기하는데 ‘못하겠다더니 장난하냐’며 우스게 소리를 했죠.”

진정성 있는 연기로 배우란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강기화, 작품 속 자신의 연기에 만족할까.

“솔직히 한 번도 만족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제 연기에 만족할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연기에 만족한다는 말 자체가 용감한 말이기도 하고, 또 평생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요. 사실 제게 연기를 지도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얼마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방송인이 연기를 지도해달라고 요청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위치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배울 게 많죠. 연기라는 건, 한 가지 시선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판단하기도 어렵고, 판단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데뷔 이후 20년 동안 한번도 쉰 적이 없다는 강기화, 혹시 배우의 길을 포기할 생각도 했었을까.

“배우 중에는 집안이 좋거나 소속사를 잘 만나서 아무 걱정 없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생계형 배우들도 많죠. 저는 부모님의 혜택을 조금 받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부유한 집안의 자녀는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벌어서 활동을 계속 해왔죠. 보통 배우들이 연기를 그만둘 생각을 하는 건 생활고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다행이도 저는 운이 좋았어요. 작품을 끝내고 한두달 쉬는건 괜찮은데, 3달 이상 이어지면 불안해지거든요. 배우는 철저하게 선택받는 직업이에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운도 따라줘야 하거든요. 저는 가끔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작품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들 보면 ‘포기하고 싶다, 힘들다’ 하는데 조금만 더 버텨보면 좋을텐데 아쉽긴 해요. 조금만 버티면 좋은 날이 올텐데, 믿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강기화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문학적으로 얘기해 볼까요?(웃음) 쟁이란 말 아시죠. 필요 이상의 것들을 이뤄내는 사람들한테 붙는 호칭이 ‘쟁이’에요. 배창호 감독님의 ‘길’이란 영화를 찍을 때 장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분이 있었어요. 그땐 어려서 연기에만 집중했는데, 어느날 그 장인분께서 제게 멋있는 말을 남기시더라고요. ‘나는 소리쟁이가 되고 싶다’라고요. 그래서 저도 생각해봤죠. 저는 연기쟁이가 됐으면 좋겠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언젠가는 ‘연기쟁이’란 호칭이 붙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제 연기생활은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