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 A매치는 어떤 스포츠도 이길 수 없어.”
스포츠 산업과 방송, 언론계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는 관중 동원은 물론 상품 판매, 입장권 수익은 물론 중계방송 시청률, 광고 단가까지 국내 스포츠에서는 톱이다. 경기 당일 축구장을 찾은 언론 매체의 규모 역시 최대다.
그런데 어느 새부턴가 경기장에 울려퍼지던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구호가 야유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정 인물이 경기장 전광판 화면에 잡히면 다짜고짜 야유가 쏟아진다. 원정 상대 국가 감독까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것이 한국 축구의 현재이며 현실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몇 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대표적이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뮌헨), 이강인(PSG) 등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가 무색하리만큼 졸전을 거듭했다. 조별예선서 말레이시아에 비기더니 4강에서 만난 요르단에겐 무기력하게 패했다(0-2). 팀워크도 어긋났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이 이례적으로 대표팀 밖으로까지 새어나온 것. 영국 언론의 보도에서부터 시작된 불화설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망신을 당했다.
2024 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는 출전조차 못했다. 최근 마무리된 20세 이하(U20) 아시안컵에서도 4강에서 패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희소식이 전무하다.

단순한 성적 부진이 아니다. 논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대표팀 감독 자리를 두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임시 대표팀 감독이 등장했고, U23 감독이 성인 대표팀 감독은 임시로 겸임하는 해프닝까지 겪었다. 마지막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을 두고 법원의 판단까지 참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끝이 아니다. 잔디 문제는 매번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축구경기장을 두고도 A매치를 치르지 못했다. 잔디 문제 이전에 월드컵 경기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도 가수들의 콘서트가 우선인 상황이 됐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있다. ‘또또또또’가 현실이 됐다. 정 회장이 4번째 임기를 날카로운 비판 여론 속에서 시작했다.
정 회장이 내세운 공약 중 하나는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 제고다. 세부적으로는 남녀 대표팀 국제축구연맹(FIFA) 10위권 진입, 2031 AFC 아시안컵, 2035 여자월드컵 유치 등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 2026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7 아시안컵 우승, 2028 LA 올림픽 메달 확보를 목표로 내세운 부분도 눈에 띈다.

말뿐인 주장은 공허하다. 앞으로의 발걸음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주인은 ‘축구’여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새겨야 한다. 잔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 회장은 침묵했다.
대표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에서 벗어나야 강팀이 될 수 있고, 정 회장의 목표도 이뤄질 수 있다. 자신을 향한 팬들의 야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변곡점을 만들 수 없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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