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유전·만성질환 여부 확인
필요한 예방접종 등 진행해야
면역·신경정신·내분비 질환 등
임신 중에도 약물 복용은 필수
난소 검사는 인공수정 준비자만
엽산은 태아 신경관 결손 예방
남성복용은 출생률 영향 미미
“엽산은 남편도 먹어도 될까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최근 초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초산 연령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집계됐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렇다보니 부부들은 건강한 임신 준비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임신 전 검사(산전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나 잠재적인 문제를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금준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로부터 임신 전 건강관리에 대해 들었다.
-임신 전 검사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계획 임신의 첫걸음이다. 계획임신에 나설 경우 배아가 발생하고 발달하는 시기인 임신 초기에 약물이나 위해 환경에서의 노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산전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우선 그동안 몰랐던 기저질환을 교정하거나, 알고 있던 만성질환의 경과를 확인해 임신에 적합한 약제나 치료 계획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질환의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고,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접종 후 임신을 준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양 상태를 파악해 임신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함으로써 건강한 임신을 도울 수 있다.”
-연령에 따라 임신 검사항목이 다른지 궁금하다.
“임신 전 검사항목은 연령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청소년기 또는 고령 임신에서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항목들이 있다.
만 15~19세의 청소년 임신이라면 빈혈, 조산, 전자간증의 위험이 높고, 성장과 발육이 계속되는 시기이므로 충분한 칼로리 섭취가 필요하다. 이뿐 아니라 성 매개 질환 발생률이 높고 약물 남용 노출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이라면 임신성 당뇨병, 임신성 고혈압, 조산, 저체중 출생아,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제왕절개 분만의 위험이 증가한다. 이와 함께 특발성 조기 진통, 태아의 염색체 이상, 보조 생식기술로 인한 다태임신 및 태아 기형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지속적인 관리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임신 전 검사, 어떤 것을 체크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크게 ▲가족력 ▲의학적 건강상태 ▲감염질환 ▲영양상태 평가 등으로 나뉜다. 우선 임신 전에는 부부 각각의 가족력을 조사해 고혈압, 심장병, 간질, 지적장애, 난임, 유산 등의 내과 및 유전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유전질환의 위험이 있는 경우 보인자 검사와 착상 전 유전진단(PGT)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당뇨, 간질, 자가면역질환,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빈혈, 암, 신장질환, 우울 및 불안장애 등 만성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필요 시 임신 전에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부인과 초음파를 통해 자궁이나 난소의 종괴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것도 필수다. 수두, 결핵, 거대세포바이러스(CMV), 톡소포자충증 등 특정 감염병의 위험이 높은 여성에게는 해당 검사와 예방조치를 권고한다. 이와 함께 HIV, B형·C형 간염, 매독 등 성매개 감염 여부도 조사한다.
체중과 식습관도 평가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유도한다. 비만은 고혈압, 자간전증, 임신성 당뇨 등 다양한 합병증의 위험을 높이고, 식욕부진이나 폭식증은 태아 성장지연 및 저체중 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저질환으로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임신 전 진단받은 난치성 만성질환 중 일부는 임신 중에도 약물 복용이 필수다. 루푸스·류마티스 관절염 등 면역성 질환, 간질·공황장애·우울증 등의 신경정신질환,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당뇨, 갑상선기능 이상 등의 내분비질환이 이에 해당한다.
많은 여성들이 질병 자체나 약물이 태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임신을 시도하지 않거나, 임신 후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조절되지 않으면 태아와 임신부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약물은 태아 기형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거나 대체 가능한 약물이 있으므로, 기저질환과 약물 복용에 대해 산부인과와 기존 주치의 간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안전하게 임신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준비 전 난소검사(AMH)를 받는 게 도움이 될까?
“일반적으로 인공수정이 필요한 집단에서 AMH 값이 낮을 경우 인공수정에 대한 불량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임신이 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예측에는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MH는 임신을 준비하는 모든 여성에서 스크리닝으로 할 필요는 없다. 인공수정을 준비하는 여성 중에서 고령, 난소수술 이력 등으로 난소 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경우 유용하다.”

-남성도 엽산을 먹는 게 좋다는데, 실제 계획 임신에 도움이 되나.
“엽산은 아미노산과 핵산 합성에 필수적인 비타민이다. 세포의 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엽산과 아연 보충제는 정상적인 생식력을 가진 남성이나 불임 치료 중인 남성의 정자 농도, 정액의 질, 출생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여성에게는 엽산 복용이 매우 중요하다. 임신 전 엽산 복용은 무뇌아, 척추 갈림증 등 태아의 신경관 결손 예방에 도움을 준다. 모든 가임 여성에게 매일 0.4㎎의 엽산 복용이 권장된다. 일반 산모의 경우 임신 1개월 전부터 임신 초기 3개월(14주)까지 0.4~1㎎의 엽산을 복용해야 한다. 신경관 결손 과거력, 당뇨, 항경련제 복용 등의 고위험 산모는 매일 4㎎의 엽산 복용이 권장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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