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폴리테이너(정치인과 연예인의 합성어)’ 활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각 진영을 대표하는 연예인들은 후보 지지 연설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정치 행보를 펼치며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각 정당을 지지하는 스타들의 여론전이 뜨거웠다. 양 정당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셀러브리티 확보 전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거물급 스타들의 지지가 몰렸다.
◆스위프트·비욘세·디카프리오…민주당 역대 후보 지지 선언 활발
테일러 스위프트는 미국 대선 첫 TV토론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팀에 투표하겠다”며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이유는 그가 시민들의 권리와 명분을 위해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를 저격하기도 했다. ‘스위프트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모습을 담은 가짜 사진을 트럼프가 공유하자 스위프트는 “AI에 대한 공포와 위험성을 느꼈다”고 꼬집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2억80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컸다. 해당 게시물은 24시간도 되지 않아 무려 98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스위프트는 2020년 대선에도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불을 지폈다”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조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비욘세도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지지해왔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기 취임식에선 애국가를 불렀고,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원 유세에 참석해 공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어머니와 함께 해리스를 지지하는 연설에 나섰다. 당시 비욘세는 “내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자기 몸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세상, 분열되지 않는 세상에 살기를 바란다”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라고 해리스를 소개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대표적인 민주당 지지자다. 그는 “그동안 내가 애타게 찾아 헤매던 대통령감”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으며 환경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영상까지 찍었다. 반 환경정책을 이유로 조지 부시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2016년 힐러리, 2020년 바이든을 잇따라 지지한 그는 지난해에도 “트럼프는 계속해서 사실을 부인하고, 과학을 부정하고 있다”고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다.
공화당 진영을 지지하는 대표 스타로는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다. 그는 2003년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돼 8년간 역임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해리스를 지지하면서도 “공화당은 자유시장의 아름다움을 잊고 적자를 늘렸으며, 선거 결과를 부정했다. 민주당도 적자 해결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양 정당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
공화당 소속 대표 스타의 지지를 잃었지만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숱한 사업가의 지원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선거 운동 전면에 나선 그는 대선 마지막 한 달 동안 2억5000만 달러(약 3650억원)를 쏟아부었다. 유세장에도 적극적으로 등장해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표현의 자유, 무기를 소유할 자유, 투표할 자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드웨인 존슨, 지지 선언 넘어 ‘출마설’까지
정치인 지지 선언을 넘어 본인이 직접 ‘선수’로 뛰는 사례도 종종 등장한다. 슈워제네거 이전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영화배우 출신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일의 몸값을 자랑하는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최고의 선택”이라며 바이든을 공개 지지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아무 후보도 공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2020년 백인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 사태 속에서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민주당을 지지했을 것으로 여겨졌다.
언론을 통해 꾸준히 정계 입문의 꿈을 드러내 온 그는 대선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2021년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지지할 후보”를 묻는 뉴욕타임스 조사에서 존슨은 46%나 차지했다. 당시 그는 “국민들이 원하면 대선 출마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면서도 “나는 건방지게 굴지는 않겠다. 모두 다 국민에 달린 일이다. 나는 기다리고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2022년에는 “내 우선순위는 가족”이라며 “대통령 출마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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