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그래서 더 불타올라야 하는!’
1982년생 야구 선수들을 일컬어 ‘황금세대’라 불렀다. 국내외 무대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40세 전후로 하나둘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2025년, 현역 선수로는 단 한 명 오승환(삼성)만이 남았다. 최고령 선수로 맞이하는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삼성의 불펜 운영과도 맞닿아있는 지점이다.
오승환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로 입단한 뒤 해외진출 기간(2014~2019년)을 제외하곤 줄곧 삼성에서만 뛰었다. 굵직한 발자취도 대거 남겼다. 마무리와 관련된 대부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KBO리그에서만 427세이브를 작성했다. 일본 프로야구(NPB)서 올린 80세이브, 미국 메이저리그(MLB) 42세이브 등까지 포함하면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에 달한다.
오승환에게 올해는 특히 중요하다. 계약 마지막 해다. 앞서 2024시즌을 앞두고 2년 22억원에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지난해는 아쉬움이 남았다. 58경기서 3승9패 2홀드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오승환이 KBO리그서 4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인 것은 2010시즌(4.50) 이후 처음이다. 전반기(37경기 평균자책점 3.79 24세이브) 잘 버텼으나 후반기(21경기 평균자책점 7.41 3세이브) 들어 급격히 무너진 측면이 크다. 블론세이브도 8개나 있었다.
냉정한 현실 속에 팀 내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두 차례나 퓨처스(2군)행을 통보받았다. 보직도 마무리에서 셋업으로 옮겼다. 포스트시즌(PS)에도 서지 못했다. 플레이오프(PO), 한국시리즈(KS) 엔트리서 제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쉽사리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FA 최원태의 보상선수로 이름이 거론됐던 배경이다. 삼성이 이례적으로 “오승환은 보호선수 명단에 넣는다”고 선언하면서 해프닝이 일단락됐지만 자존심이 상했을 듯하다.
오승환은 단 한 번도 본인이 ‘은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 구단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칫 선수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부활을 기다리는 것은 선수와 구단 모두의 같은 마음이기도 하다. 최상위권을 노리는 팀일수록 베테랑의 비중이 크다. 중요한 순간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한다. 더욱이 삼성은 이번 스토브리그서 최원태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보강을 하지 못했다. 불펜 쪽 물음표가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오승환이 묵직한 돌직구를 보여줄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터. 명예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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