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는 정화 작업이 필요해요. 괴물들을 다 걷어내겠습니다.”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시선에 맞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데 누구보다 익숙하다. 모두가 그를 향해 ‘아직 어리다’, ‘젊어서 안 된다’, ‘경력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했다. 개인 사업을 하다 2017년 32세 나이로 대전시세팍타크로협회장에 올라 풀뿌리 지방체육을 이끌었고, 4년 임기 종료 직후인 2021년 제11대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선거에 나서 승리했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최연소 회장 기록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제세팍타크로연맹(ISTAF), 아시아세팍타크로연맹(ASTAF) 부회장까지 올랐다. 체육계 이단아,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이다. 그가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이번 선거 역시 최연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어리지만,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반이기흥’ 연대 및 단일화 제안에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오 후보는 “죄책감이라는 명분으로 다른 후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격이다. 체육계 중요 어젠다를 두고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하는 자리다. 유권자인 체육인들을 위해서라도 선거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육에 빚진 것이 없는 사람이다. 대한체육회를 체육인을 위한 조직으로 회복하겠다”고 힘줘 말한다. 단순 개혁이 아니다. 기필코 체육계에 만연한 부패와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눈길 집앞 청소론
‘불도저’ 행보를 예고했다. 지난 4일 오후 2시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차 후보자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오 후보는 현시점 체육계의 곪아 터진 부분을 과감히 걷어내겠다고 선언했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괴물이 된다”고 말한 그는 “비리척결전담기구를 만들어 6개월 안에 정리하겠다. 또 지도자와 선수 등에게 선거권을 확대해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체육계 혁신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이에 오 후보는 ‘눈길 집앞 청소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워야 넘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왕 우리 집을 치우다 보면 옆집부터 시작해 주변 거리까지 청소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나. 사람들이 더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체육계의 수많은 병폐를 확인했고, 체육회장 출마 의지를 굳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풀뿌리 지방체육부터 시작했다.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기업인부터 올림픽 메달리스트, 2선 체육회장 등과 경쟁하고 있다. 누군가는 내 나이와 경력을 무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밑에서부터 올라왔기에 대한민국 체육 전반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게 나만이 가진 강점”이라고 말했다.
◆체육계 수술 위한 메스 댄다
체육계 수술을 위한 ‘메스’를 꺼낼 계획이다. 선거권 확대가 핵심이다. 오 후보는 “현재 2300명인 대한체육회 선거인단을 그 10배인 2만3000명으로 늘리겠다. 또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투표소를 설치해 투표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주장했다. 유권자가 되면 그만큼 한국 체육에 관심이 생길 것이고, 이를 통해 애정을 갖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말로만 ‘생활체육인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지 말고 생활체육인 관계자들이 선거인단으로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조정하면 된다”며 “체육회장들의 비현실적인 공염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원금 제도를 내세운 여느 후보들과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실현 가능한 공약’을 강조한 그는 “예산을 더 많이 받아오고, 그걸 고르고 넓게 분배하는 건 체육회 수장의 의무다. 체육회장이라면 당연한 의무를 포함해 현실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도자의 피땀 어린 열정이 오롯이 인정받는 세상을 꿈꾼다. 오 후보는 “지도자의 처우가 개선되는 게 급선무”라며 “여기에 학생 선수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유·청소년들은 이제 지도자들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가까이서 지켜본 지도자의 삶은 참 고달프기 때문이다. 현재 실업팀, 고등학교, 중학교 등에서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최저 생계비 수준의 처우에 놓여 있다. 그들이 체육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거권을 부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 강요는 폭력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 앞서 단일화 목소리가 커졌지만, 결국 실패했다. 오 후보는 처음부터 단일화에 반대했다. 그는 “단일화는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리고, 비열한 승리를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반이기흥’ 연대에도 손을 내저었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의미에서의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단일화는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줄 것이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권리와 선택의 폭을 줄이고 체육회의 근본 가치를 훼손한다. 특히 공정과 경쟁을 우선가치로 삼는 체육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희생을 강요한다. ‘타도 이기흥’ 명분을 앞세워 세력 싸움에 혈안이다. 자신이 있다면 정책과 비전으로 대결하면 된다. 체육인들을 위해서라도 그게 예의”라고 목소리를 높인 오 후보는 “체육에 빚진 것이 없기 때문에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치적인 속셈 없이 진짜 개혁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눈빛을 번득였다.
◆체육의 봄 위한 ‘사법리스크 없는 후보’
‘사법 리스크’는 이번 체육회장 선거 최대 변수다. 오 후보는 “4일 1차 후보 정책토론회에서 그 민낯이 드러났다. 사법리스크에 놓인 후보가 둘이다. 무너진 체육계 신뢰를 회복하려면 청렴한 후보가 수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토론회 당시 이기흥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오 후보는 “불미스러운 일로 골머리를 앓은 체육회다. 달라져야 한다. 사법 리스크에 있는 후보들은 의혹을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 한국 체육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라고 강조하며 “이미 많은 진통을 겪었다.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 체육계가 안정 궤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깨끗한 후보를 택해야 한다. 체육인들이 이 문제들을 깊이 인식하고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대한민국 체육의 새로운 봄을 열겠다”며 “체육회의 권력을 사유화해 왔던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고 구성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공정하고 투명한 체육회를 목표로 온 힘을 쏟겠다. 나아가 무너진 체육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일선에 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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