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업계 2위 ‘테이스티나인’
매각 후 마음건강 중요성 자각
직장인용 멘탈 케어 '클라이피'
단순 서비스 아닌 '사람과 연결'
AI로 상황 분석부터 조언까지
편한 멘탈케어 생태계 만들어
데이터로 타깃형 서비스 구축
조직 경영 패러다임 ‘CAP’ 개발
심리상담, 당연한 문화로 조성
한계 상황 막는 사내문화 필요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밀키트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웬 정신건강?’이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두 사업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테이스티나인을 할 때는 밀키트보다 한 단계 진화된 ‘레디밀(Ready-meal)’로 시간을 벌어드린다고 했었죠. 이번에는 자살률 1위라는 한국의 오명을 씻고 진짜 유쾌한 나라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나서보자는 구상입니다. 밀키트도, 멘탈케어도 결국 유쾌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비즈니스 아닐까요.”(홍주열 유쾌한프로젝트 대표)
밀키트 업계 일인자가 건강한 마음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홍주열 유쾌한프로젝트 대표는 2015년 테이스티나인을 설립해 업계 2위까지 키운 인물이다. 2022년 업계 1위를 달리던 프레시지가 1000억원대에 인수했다.
이후 그는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테이스티나인을 판 후 하와이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유쾌한프로젝트는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받는 행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를 체육관에 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B2B 멘탈 헬스케어 플랫폼 ‘클라이피(Clify, Connected Life For You)’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직장인의 정신건강 척도를 파악하고 모두가 건강한 멘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 멘탈케어의 경영 패러다임인 ‘CAP’도 개발했다. 12일, 홍주열 대표와 만나 그가 만들고 싶은 ‘유쾌한 세상’에 대해 들었다.
-어떻게 ‘유쾌한 문화’를 만들고 싶나.
“한국인 4명 중 1명이 멘탈케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우선 심리상담이 부담스럽지 않은 요소로 자리 잡도록 ‘판’을 깔고 싶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구상할 때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냐, 지금 필요한 서비스냐를 놓고 본다. 성장에 주력하던 과거만 해도 우울감을 호소하면 ‘나약한 놈’이라고 했지 않나. 지금은 달라졌다. 멘탈건강은 건강한 삶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몸의 상태를 파악하는 건강검진은 필수로 받지 않나. 건강은 피지컬이 반, 멘탈이 반이다. 몸은 그렇게 열심히 관리하는데, 마음은 돌보지 않는다. 이런 갈증이 지금 이 시기 필요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한 플랫폼이 클라이피다.”
-기존에도 멘탈케어 플랫폼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클라이피의 차별화된 점은.
“우리 회사를 관통하는 단어가 뭐냐고 묻는다면 ‘커넥트’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를 만들려면 서비스 몇 개를 해주느냐가 아니라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야 한다. 기존 플랫폼은 대부분 내담자가 처한 상황과 고민에 맞는 상담사를 연결해주는 데에서 그쳤던 측면이 있다. 조금 더 디테일을 더했다. 멘탈케어에 도움이 되고, 필요한 모든 요소를 한데 모았다. 이뿐 아니다. 클라이피는 내담자의 상황을 AI(인공지능)로 분석, 법률?의료문제 해결 등 실질적 조언까지 가능한 구조로 설계했다. ‘AI 기반 멘탈케어’를 더 진화시키기 위해 외상 후 트라우마(PTSD) 권위자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주임교수를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영입했다. 또 소아ADHD의 권위자인 반건호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명예교수 등 22여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엔젤투자로 참여했다.”
-하나의 유기적인 세계관을 만드신 것 같다.
“그렇다. 상담에 그치지 않고 네이버 같은 플랫폼을 지향한다. 상담사, 요가나 명상, 병원 등 모두가 생태계에 있어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소비자들과 공급자들이 서로 정보를 갖고 마음 건강을 돌보기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게 가장 큰 프로젝트다. 멘탈케어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축적하는 데이터를 통해 타깃형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CAP도 개발하셨다.
“유쾌한프로젝트는 멘탈케어가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회사는 현대인이 집 못잖게 오래 시간을 보내는 곳 아닌가. 우리가 개발한 ‘CAP(Culture Accelerating Program)’는 컬쳐 액셀러레이팅을 지향한다. 국내 기업들은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데 직원 어시스트에 방향성을 둔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근로자지원프로그램)을 활용했다. EAP는 아픈 직원에 대해 ‘심리상담소를 가봐라’ 정도로 조치한다. 가보라는 얘길 들어도 낙인효과 때문에 실제 상담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CAP는 기업과 임직원의 특성을 반영하고 의무적인 멘탈케어를 통해 상담을 받는 게 당연한 문화를 만든다.”
-직장에서의 멘탈케어에 주목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실리콘밸리로 갔던 적이 있다. 건물마다 상담 기관들이 한두곳씩 있더라. 군 제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얘네들은 힘든 걸 못 버티나, 별일에 돈을 쓴다’고 생각했다. (웃음) 친구에게 ‘너희들은 회사가 얼마나 일을 시키길래 이렇게 많은 멘탈케어 기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친구는 ‘이렇게 관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멘탈이 아픈 사람이 많이 없다’고 했다. 의외의 답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예방 문화’를 느꼈다. 사실 멘탈이 무너지면 회복도 어려울뿐더러, 생산력 저하도 엄청나다. 약 40% 낮아진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선 곤란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신건강이 무너지기 전에 예방해야 하지 않겠나.”
-CAP를 도입한 기업은 많나.
“통신, 반도체, 유통 등 다양하다. 업계를 불문하고 CAP를 도입한 기업은 저희에게 ‘상담은 대부분 특별한 사람들이 받는 줄 알았는데, 모두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상담센터를 찾으면 ‘일단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많이 해소된 것 같다. 현실에서 상담을 가장 어려워하는 분들이 승진을 앞두고 있거나 임원 승진을 앞둔 분들이다. 최고의 퍼포머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셈이다. 이들은 멘탈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걸 알고 있어도 일단 상담은 ‘승진 후’로 미룬다. 한 분은 ‘임원을 달아야 하는데 당신이라면 가겠느냐. 당신들은 문화를 만든다지만 우리는 생계’라고 하시더라. 능력자들이 한계까지 가지 않도록 사내문화를 더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CAP는 조직원들이 자기의 멘탈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하면서, ‘빨간불’에 들어선 멘탈을 ‘파란불’로 돌아오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파란불로 돌아오면 요가, 브레스웍 등으로 이를 유지한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기업의 1000명, 2000명 임직원의 마음 건강이 파란불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그 기업문화는 얼마나 좋겠나.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한국에서도 구글, 테슬라,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이 탄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표님은 어떻게 마음 케어를 하시나.
“되도록 아침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이는 하루의 도입부를 다르게 만든다. 멘탈뿐 아니라 피지컬 트레이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멘탈에 가장 좋지 않은 습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서 걱정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저 역시 사업을 하다 보니 여러 가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으면 굳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릴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98%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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