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수입차 ‘빅4’로 인기를 끌었던 아우디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판매율 저조로 인해 사장 교체 카드로 승부수까지 띄웠으나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비스 센터 수까지 줄이는 악수를 두면서 기존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도로에서 아우디 찾기 힘들다…7등까지 밀려난 아우디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아우디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 9301대를 기록했다. 2021년 2만5626대, 2022년 2만1419대, 2023년 1만7867대로 매년 20% 가까이 줄더니 지난해엔 판매량이 47.9%나 줄어 거의 반토막이 났다. 계속되는 판매 부진에 어느새 순위도 7위까지 추락했다. BMW(-5%), 벤츠(-13.4%), 볼보(-11.6%) 등도 지난해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아우디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수입차 차종별 판매 대수 순위에서도 아우디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A6는 지난해 1764대가 팔려 판매량이 전년(7882대)보다 77.6%나 줄었다. Q3는 373대가 판매되는 데 그쳐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장 교체 카드도 안 통해
결국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코리아의 결단은 사장 교체였다. 지난해 3월 기존 임현기 전 사장을 내리고 스티브 클로티를 아우디 코리아 신임 사장 자리에 앉혔다. 같은해 5월 부임한 클로티 신임 사장은 아우디 호주 법인에서 애프터 서비스 및 딜러 네트워크 운영, 세일즈 및 네트워크 개발 부문 직책을 맡았던 세일즈 및 애프터 서비스 전문가였다. 클로티 사장은 지난 5월부터 한국 내 아우디 사업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낙제점이다. 클로티 사장이 부임한 이후에도 아우디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장 교체라는 초강수도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진부한 라인업
업계 관계자들은 아우디 추락의 원인으로 ‘신차 부재’를 꼽는다. 대표 모델 A6가 2019년 10월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인 이래 지금껏 이렇다 할 신차가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회사 측은 올해 중형 내연기관 세단인 A5와 중형 전기 SUV Q6 e-트론, 중형 전기 세단 A6 e-트론 등을 출시해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차 인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우디 하이브리드차는 기본 가격이 1억원이 넘는 A7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유일하다.
◆사라지는 AS센터…기존 사용자들 불만 폭주
더구나 철수설까지 나돌았다. 주변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까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판매하고 고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아우디 전시장 가운데 서울지역만 놓고 볼 때, 최근 잠실, 서초, 용산 등 주요 거점 매장을 줄줄이 철수했다. 서비스센터도 마찬가지다. 2021년 말 기준 전국 서비스센터는 41개였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33개의 서비스센터만을 운영 중이다. 일각에서 철수설를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다.
아우디 사용자 커뮤니티에는 불만이 폭주 중이다. Q4 E-Tron 구매한 A 씨는 “전기차 전자제어 시스템이 고장났다”며 “1년 가까이 서비스센터를 들락거렸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수리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프터 서비스 기간 동안 제대로 된 대차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동화 모델 도입 이전에도 아우디는 애프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던 바 있다. 커뮤니티에는 ‘독일에서 만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선 못 고치는 차’로 불릴 정도로 숙련된 정비공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애프터 서비스센터가 줄줄이 묻을 닫으면서 수리 예약부터 수리 기간, 거리까지 이른바 ‘AS지옥’을 경험하게 됐다.
◆한국시장서 ‘빅4’였지만…투자는 전무
그동안 한국시장에 큰 돈을 벌었음에도 투자에는 뒷전이다. 한때 경쟁사였던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서킷 등 소비자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아우디는 감감 무소식이다. 더구나 사회공헌 프로그램 관련 소식 역시 끊긴지 오래다. AS는 물론이고, 마이 아우디 등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타사 대비 낙제점에 가까운 소비자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 측은 “아우디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특장점을 강조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동시에 아우디 고객들이 차량을 소유하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A/S 이용 경험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며 고객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객의 자동차 구매 패턴의 변화에 발 맞춰서 찾아가는 서비스와 비대면 서비스 등을 확대해 나가며 앞으로도 꾸준히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들 개선해 나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원∙이정인 기자 jkim@sportswordl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