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이 손해 보지 않는 상황, 궁극적으로 그곳을 향해 가겠다.”
한국프로배구 V리그가 반환점을 돌아 스퍼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비디오판독 규정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세트당 1회였던 구단 판독 요청 기회가 2회로 늘었다. 또 중간랠리와 최종랠리로 판독을 나눴고, 터치아웃 등을 자진신고하는 선수에게 그린카드를 주는 제도도 생겼다. 원활한 진행과 정확한 판정,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중간평가는 어떨까. 최재효 KOVO 심판위원장은 “판독 횟수 증가로 상황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은 큰 효과를 봤다. 기계에만 의존하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심판들도 조금 부담을 덜었다. 그린카드로 불필요한 판독도 많이 줄었다”고 밝은 면을 짚었다.
KOVO 집계에 따르면 구단 요청 판독은 전 시즌 동 기간(1∼3라운드) 대비 49.2% 증가(571회→852회)했고, 주심 요청 비디오 판독이 84.6% 감소(149회→23회)했다. KOVO 관계자는 “타임아웃성 판독 요청이 많긴 하지만, 판독을 못 해서 남는 찜찜함이 줄어든 걸로 분명 소득이 있다”고 평가했다.
늘어난 판독에도 경기 평균 시간은 올 시즌 110분, 지난 시즌 109.5분으로 큰 차이가 없다. 경기를 곧장 멈추고 리플레이를 돌려 시간 낭비를 줄이는 중간랠리 판독, 남녀부 합해 43번 나온 그린카드가 역할을 해낸 셈이다.
잡음이 없던 건 아니다. 최종랠리가 끝나면 중간랠리 판독을 요청할 수 없다는 규정이 함께 생긴 게 변수였다. 찰나의 공수전환·랠리 종료가 발생 시 중간랠리 판독을 둘러싼 애매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예상대로였다. 컵대회에서 오기노 마사지 OK저축은행 감독이 랠리 종료 후 이뤄진 현대캐피탈의 포히트 판독 신청을 받아준 심판진에게 항의하며 경기가 멈춰선 사건이 시작이었다. 지난해 12월25일에는 반대로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의 포히트 판독 요청을 랠리 종료를 이유로 심판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감독의 울분 섞인 외침이 큰 화제가 됐다.
‘융통성’의 범주가 문제였다. 최재효 위원장은 규정 변화 발표 당시 “중간랠리 판독 신청 의사를 랠리 종료 전에 밝힌 게 확인되면, 제도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유연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완책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 융통성의 정도가 심판마다 달라 혼돈이 발생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융통성을 발휘하더라도 판정의 일관성을 위한 최소한의 선은 필요하다. 다만 워낙 복잡한 상황이 많이 나온다. 대비를 한다고 하는데도 예상 못 한 변수가 튀어나온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첫 시행인 만큼 내부에서도 열심히 논의 중이다. 미들랠리 자체를 더 세분화해 가이드라인을 세우거나, 애매한 상황 발생 시 주심이 최종 판정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즌 내 급진적인 변화는 쉽지 않다. 김세진 KOVO 운영본부장은 “연맹의 목표는 모든 팀이 손해 보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며 “맹점이 드러났다고 곧바로 규정을 손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 모든 규정의 무게감이 함께 떨어지는 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간랠리 관련 보완이 필요하다는 건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 번 바꿀 때 확실하게 바꾼다는 마음으로 심판진, 현장 목소리를 두루 모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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