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진다.’ 양극화의 뜻이다. 올 시즌 한국프로배구 V리그를 관통하는 단어다.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가 반환점을 돌아서 종착역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순위 경쟁이 한창이어야 할 시점이지만, 사실상 김이 빠진 모양새다. 선두권과 중하위권 구단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9일 현재 남자부는 현대캐피탈이 승점 49(17승2패·8일 기준)로 독주하고 있다. 2위 대한항공(승점 39·12승7패)과의 격차도 승점 10이다. 이마저도 선두권이다. 2위와 3, 4위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의 격차도 승점 10 이상이다. 선두권 층계가 각각 승점 10점 이상 벌어져있다는 뜻이다.
여자부도 다르지 않다. 흥국생명(승점 44·15승4패)과 현대건설(승점 43·14승5패)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3위 정관장(승점 34·12승6패)과 9점 차이가 난다. 그나마 흥국생명이 외국인선수 교체에 따른 일시적인 부진과 정관장의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격차가 줄었다. 한쪽으로 쏠리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분명하게 드러나있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여자부에서는 상위 그룹이 정해지긴 하겠지만 중위권 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국내 선수들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부상 리스크가 생기면서 편차가 커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정에 비해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온다. 비시즌 훈련 부족이 부상을 부를 수 있다고 본다"면서 “구단 별로 20명 가까이 있는 선수 중 실제로 경기에 뛰는 선수는 8~9명인데 그 안에서도 부상이 나오니 팀의 전력이 뚝 떨어진다. 부상이 나왔을 때 그 자리를 채워줄 선수의 격차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배구계 관계자도 “특히 여자부는 주전 멤버와 벤치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너무 크다. 맨날 뛰는 선수들만 뛴다. 여자배구의 현실”이라며 “1군과 1.5군의 실력 차이 때문에 선수들이 번갈아 뛸 수 없다. 그러니까 체력 문제가 생기고 부상 위험이 올라간다”고 짚었다.
긴 연승과 긴 연패가 반복되는 것도 양극화에 영향을 준다. 최태웅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리그에 연승과 연패가 잦은 건 분명 부정적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모든 팀이 자유계약 시절에 영입한 수준의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 어렵다”고 했다.
트라이아웃은 정해진 선수들의 몸값으로 안정된 수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거에 비해 판을 바꿀 정도의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국내 풀은 좁아지고 외국인 선수의 의존도가 높은 V리그에서는 다양한 해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최 위원은 “‘유소년 배구 지원, 배구 저변확대’라는 타이틀만 붙이는 보여주기식 지원만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확히는 엘리트 배구 교육을 받는 선수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방과 후에 그냥 운동 좋아하는 애들 배구 잠깐 맛보기 시키고 끝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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