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못 합니다. 욕심에는 끝이 없잖아요.”
현시점 남자프로농구에서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주인공은 삼성의 207㎝ 빅맨 이원석,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4년 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그간 미완의 대기로 머무르면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직전 3시즌 동안 131경기에 출전해 평균 23분24초·8.6점·5.3리바운드에 그쳤다.
올 시즌은 다르다. 22경기 동안 평균 26분·12.5점·6.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이제는 어엿한 팀의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골밑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올 시즌 리바운드 부문서 국내 최고다. 1위 SK 자밀 워니(12.9개)부터 10위 현대모비스 게이지 프림(7.2개)까지, 온통 외국 선수들 천하인 가운데 이원석이 11위로 토종 빅맨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다만, 선수 본인은 기록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한 그는 “경기력이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그 기복을 줄이는 데 크게 노력하고 있다.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프로 데뷔 4년차, 비로소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원석은 “지난 시즌까지는 멋모르고 뛰었다. 어리숙하기만 하고, 멘탈이 쉽게 무너진 경기도 많았다”면서 “올 시즌부터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경기 흐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동료들과의 호흡 등이 느껴진다. 여유가 생기면서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지주인 베테랑 이정현의 조언도 큰 깨달음을 줬다. “(이)정현이 형의 말들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고 미소 지은 그는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안 풀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날, 욕심은 금물이다. 뭔가 해보려다가 더 꼬인다. 이젠 동료들을 믿고 리바운드라든지 수비 마크 등 ‘궂은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정현이 형의 조언 덕분”이라고 했다.
김효범 삼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주인의식’을 주문한다. 코트 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이원석도 쓴소리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원석은 “적극적이지 않았을 때, 뭔가 피하려거나 숨으려고 할 때 감독님께 가장 많이 혼난다. 그만큼 기죽지 않도록 격려도 많이 해주신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욕심에는 끝이 없지 않나. 더 좋은 모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발전도 한몫했다. 슛 동작을 전면 수정한 뒤부터 비약적인 성장세다. 지난해 3월에 당했던 왼쪽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시즌 아웃 뒤 깁스를 한 채로 슛 자세 보완에 나선 것. 생존을 위한 결정이었다. 이원석은 “앉아서 온종일 슛 동작만 연습했다. 이대로 정체되고 싶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바꾸지 않는다면 내 농구인생이 정말 위험할 것 같았다”고 되돌아봤다.
피땀 어린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자유투 성공률은 올 시즌 77.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성공률은 60.7%에 불과했고, 직전 3시즌의 경우 66.1%였다. 이원석은 “골밑에 적극적으로 들어가는 비중이 늘어난 만큼 자유투 기회도 늘었다. 자세를 바꾼 것도 있지만, 자신감이 생기면서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8차례 시도해 모두 성공시킨 게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3점슛 성공률(31.1%) 역시 유의미한 발전을 이뤘다. 참고로 그의 통산 3점슛 성공률은 24.9%다.
올 시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있다. 팀 부진에 따른 책임감 때문이다. 5일 기준, 삼성은 정규리그 7승17패(승률 0.292)로 9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이원석은 “올 시즌 팀간 경기 차이가 촘촘한 편이다. 선수단 내부적으로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크다. 지난 라운드를 돌아보면 뒷심 부족이 뼈아팠다. 팀이 부족한 점을 채우는 데 나 역시 기여하고 싶다. 새해에는 팬들께서 경기를 더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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