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창단이 아니었다. 지역 연고 축구팀의 상실을 겪은 안양 팬들의 자존심과 한(恨)을 풀어주는 일이었다. 오랜 축구 팬이었던 최대호 안양시장은 시 의원들을 찾아갔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창단을 설득했다. 마침내 조례안이 통과하면서 2013년 프로축구 시민구단 FC안양이 탄생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났다. 안양이 K리그2 우승컵을 들며 1부 승격에 성공한 날 구단주인 최 시장은 눈물을 훔쳤다.
“우승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덤덤했어요. 우승이 확정되고 승격에 열광하는 서포터스를 바라보니 창단 과정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정말 벅차올랐죠. 창단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 시장은 “1996년부터 안양에 살았는데 그때 안양 LG(현 FC서울)의 인기가 좋았다. 나도 시간이 될 때마다 경기장에 갔다. 당시 수원 삼성과의 ‘지지대 더비’는 매진이 많이 됐다. 가족들과 연인들이 얼마나 자긍심을 느꼈겠나. 그런데 팀이 하루아침에 떠나는 바람에 상심이 컸다”고 돌아봤다. 안양 LG는 2004년 팬들의 반대 속에도 갑작스럽게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올해 FC서울과의 승부는 2025시즌 K리그 최대 흥행카드로 꼽힌다. 안양에게는 치열한 복수전이 될 전망이다. 최 시장은 “스포츠는 건강한 것이고 대리만족이라는 게 있다. 때로는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퍼포먼스가 필요하다”라며 “(서울과의 라이벌전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축구 발전이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데 있어 충분한 화젯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안양 팬들이 서울전 승리 공약을 하라고 하더라”라며 “셔플댄스를 추라고 해서 배우려고 한다”고 웃었다.
우승으로 안양이 들떴다. 최 시장은 “이제는 국가보다 도시 브랜딩이 중요해진 시대다. 도시의 이미지 상승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잉글랜드 EPL의 토트넘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처럼 이제 사람들은 국가보다는 도시에 대해 잘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양이라는 도시도 이번 우승으로 위상이 올라갔다. 축구를 안 좋아하던 시민들도 축구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하더라”고 강조했다.
최 시장의 인기도 높아졌다. 홈 경기는 대부분 ‘직관’(직접 관람)하고 해외 출장 중에도 안양 경기를 챙겨보는 ‘축구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우승 후에는 공약대로 안양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머리를 물들이기도 했다. 최 시장은 “젊은 팬들은 날 시장이 아닌 안양 구단주로 많이 알아본다. 직원들하고 외부에서 식사했는데 종업원들이 TV에서 많이 봤다고 하더라. 가끔 사인도 해준다”고 웃었다.
사실 최 시장은 열성적인 축구 팬이다. 2006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월드컵 시절에는 당시 사령탑이었던 딕 아드보카트의 팬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팬들의 해외 원정 경기 숙소비용까지 내주기까지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너무 감동이 깊었잖아요?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후임 감독이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어요. 열심히 응원해서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해외 원정 때 한복도 선물했습니다.” 1958년생인 그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조기축구를 뛸 정도로 축구를 즐겼다.
밝은 2025년을 꿈꾼다. K리그1 승격한 첫 해, ‘10만 홈 관중’을 염원한다. 지난해 안양의 홈 관중은 9만4505명으로 역대 최다를 찍었다. 하지만 과제가 산적하다. 관중의 대폭적인 증가와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건립이라는 숙제가 있다.
최 시장은 “평균 관중 1만5000명을 바라본다”고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구단의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그 정도만 온다면 재정이나 협찬사의 기대 심리에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음 같아서는 올해 예산을 많이 증액하고 싶지 않지만 최근 나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재정 상황을 보고 내년에 추경을 통해 보완하겠다”며 “안양이 1부 리그로 올라간 만큼 협찬사도 많이 구하겠다. 연간 회원권 가격도 올리려고 한다. 시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자구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시장은 “우승하고 사흘은 행복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팬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면서도 “협찬사를 구하기 위해 발로 뛰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 시장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안양의 협동조합 형태로의 전환이다. 조합원이 출자금을 내고 구단 운영에 권한을 행사하는 형태다. 바르셀로나가 모델이다. “제한이 있어 아직 속도를 내고 있지 못 하지만 시민이 주주가 돼야 단체장이 누가 오던 상관없이 구단이 항구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시에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고 조합원이 구단 내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중이 늘기 위한 제1순위는 역시 경기력이다. 최 시장은 “홈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 그래야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이겨야 막걸리도 한 잔하고 밥도 먹는다. 경기에서 지면 썰렁하게 다 떠난다”며 “원정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팬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 이제 축구만 보는 게 아니다. 축구를 보러와서 다양한 문화·체험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구단 사무국도 거기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숙원사업인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건립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 시장은 “(한곳에 모여있는) 축구경기장과 농구 체육관, 아이스하키장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일부 경기장은 크기를 좀 키워야 하는 문제도 있다. 관련해서 용역 의뢰를 준비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정도 걸릴 거다. 이후 설계를 하고 진행하면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시장은 “최근 안양에 폭설이 왔는데 새해에는 모두가 무탈했으면 좋겠다. 모두 경제적으로 조금 더 풍요로웠으면 한다”며 “그 다음으로 시민들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는 게 스포츠다. 좋은 성적으로 시민들에게 큰 기쁨과 행복을 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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