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0%에 육박하는 드라마가 등장했고, ‘본방 사수’를 위해 귀가를 서둘렀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들이지만 불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디어 환경은 급변했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DMB가 등장하고, 온라인상의 실시간 생중계가 나왔다. 다시보기가 가능해지면서 본방 사수의 간절함이 사라졌고, 이후 다양한 OTT 플랫폼의 등장은 지금의 콘텐츠 왕국을 만들었다.
OTT 이용자는 콘텐츠에 따라 구독 여부를 선택한다. 독점으로 공개되는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구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인기는 플랫폼의 수익을 좌우하는 가장 주요한 부분이다. 유입과 이탈이 잦은 구독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공개해야 한다.
비싸도 볼 수밖에 없는 ‘콘텐츠의 힘’은 그래서 중요하다. 2021년 인기리에 공개된 ‘술꾼 도시 여자들’의 흥행으로 티빙은 유료 가입자 수의 급증을 맛봤다. 방영 5주간 티빙 전체 신규 유료 가입자의 23%가 해당 작품으로 유입됐다. ‘무빙’ 공개 일주일 만에 디즈니+는 약 14만명의 이용자 순유입을 가져왔다. 넷플릭스는 ‘더 글로리’ 흥행으로 국내 이용자 1400만명을 찍었다.
오는 26일 공개되는 ‘오징어게임’ 시즌2를 살펴보자. 2021년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던 오징어게임의 새 시즌이다. 시즌1에서 밑바닥 인생이던 기훈(이정재)이 수백억 자산가가 된 이후 게임을 멈추기 위해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복수를 위해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대결이 펼쳐진다. 벌써 서울 전역은 오징어게임의 물결이 가득하다. 광화문 광장에 등장한 영희 구조물, 각종 유통가에서도 협업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 4주를 앞두고 진행한 조사에서 인지율은 88%, 시청 의향률은 62%로 역대 OTT 작품 신기록을 썼다. 3주를 앞두고는 인지율·시청 의향률 각각 91%와 65%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청 의향의 이유 중 ‘시즌1 결말 이후 스토리가 궁금해서’(48%)만큼 ‘화제성이 높아서’(36%)가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비구독자 중 시즌2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구독·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독할 것’이라는 답변이 32%에 달했다.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글로벌 OTT 플랫폼은 물론 토종 OTT도 시리즈, 영화, 예능 등 주력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토종 OTT의 경쟁력은 스포츠 중계로 변곡점을 맞았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 이후 K리그와 분데스리가(독일) 등 스포츠 독점 중계로 콘텐츠 다양화를 꾀하며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8월 티빙을 제치고 토종 OTT 중 국내 1위를 꿰찬 쿠팡플레이는 3월 한국프로야구 독점 중계를 시작한 티빙의 기세에 눌려 지난 4월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콘텐츠의 영향에 따라 점유율의 변화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K리그와 프로야구의 시즌이 끝나자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발 빠른 돌파구 마련에도 나섰다. 티빙은 프로농구 중계로 빈자리를 채웠다. 쿠팡플레이는 은퇴한 레전드 축구 선수들의 새 도전을 담은 ‘슈팅스타’를 공개 중이다.
이밖에도 해외 OTT와의 ‘글로벌 동맹’에 공을 들이고 있다. 티빙은 이달부터 애플TV+ 브랜드관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에게 접근성이 다소 떨어졌던 애플 TV+지만, 티빙 프리미엄 이용권 구독자에 한해 이민호·김민하 주연의 ‘파친코’, ‘닥터 브레인’ 등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파라마운트는 티빙과의 2년간의 계약 종료 이후 쿠팡플레이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콘텐츠 공급에 나섰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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