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Over-the-top media service)는 케이블이나 위성 기반 공급자를 거치지 않고 공개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디지털 배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다. 이미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은 넷플릭스나 웨이브, 티빙 등이 OTT 플랫폼이다.
올해 국내 OTT 점유율 변동의 폭은 컸다.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가 지속해 온 국내 OTT 시장은 플랫폼과 콘텐츠별 구독자의 잦은 유입과 이탈로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변화했다. 그간 독점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로 구독자를 유혹했던 스트리밍서비스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신규 가입자를 통한 수익 증대에 어려움을 가져왔다. 저마다 돌파구 찾기에 나선 OTT 플랫폼들은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해외 콘텐츠와 스포츠 중계 등을 독점 공급 등이다.
여기에 토종 OTT 웨이브·티빙의 합병 움직임에 향후 점유율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23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OTT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넷플릭스(1159만9897명), 티빙(730만4594명), 웨이브(424만8627명), 디즈니 플러스(258만3752명), 쿠팡플레이(632만5837명) 순이다. 11월 기준으로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경우, MAU는 약 1155만명으로 넷플릭스에 근접해진다.
◆웨이브·티빙 합병, 먹구름 걷혔다
토종 OTT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SK스퀘어와 CJ ENM은 지난달 사업 결합을 위한 2500억원대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두 플랫폼의 합병이 독주 체제의 넷플릭스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스퀘어(지분 40.5%)는 웨이브, CJ ENM(지분 48.9%)은 티빙의 최대 주주다. 웨이브는 SK스퀘어를 제외하고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19.8%씩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현재 웨이브와 티빙의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첫 단계로 SK스퀘어와 CJ ENM은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했다. 양사 모두 웨이브가 새롭게 발행한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웨이브는 전환사채 상환을 이행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OTT를 출범시켜 대한민국 OTT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로 취득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전환가액 3만9745원)하면 CJ ENM의 지분율은 21.1%, SK스퀘어는 50.8%가 되고 지상파 3사의 지분율은 각각 9.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이브와 티빙은 지난해 12월 인수·합병(M&A)를 전제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1년여간 논의해왔다. 별다른 진전 없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였으나 이번 투자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CJ ENM은 웨이브의 신규 투자자로 참여하며 ‘사업적 제휴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발표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웨이브에 1000억원을 투자한 만큼 합병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 합병 시점 등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사업적 협력을 통한 단계적인 통합은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사 합병으로 티빙과 지상파 콘텐츠가 한데 모일 수 있다면 OTT 시장 내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플 손잡는 지상파…콘텐츠 독점 깨진다
토종 OTT의 시너지가 전망되는 가운데 복병이 등장했다. 넷플릭스와 SBS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 1월부터 6년간 넷플릭스는 SBS의 신작드라마, 신작 예능·교양, 구작 라이브러리를 공급한다. ‘런닝맨’, ‘그것이 알고싶다’ 등 인기 예능 및 교양프로그램은 물론 ‘스토브리그’ 등의 SBS 대표 종영 드라마까지 만나볼 수 있다. 내년 하반기 신작 드라마 중 일부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웨이브와 지상파 3사간의 콘텐츠 독점 계약 만료가 불러온 변화다. KBS·MBC·SBS는 2012년 연합해 푹(POOQ)을 설립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9년 SK의 옥수수와 합병해 지금의 웨이브를 출범시켰고, 실시간 방송과 다시보기를 독점으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티빙 등 OTT가 미디어 주류로 떠오르면서 지상파는 경쟁력을 잃게 됐다.
이에 지상파들은 기존 전략을 전환해 최근 일부 드라마, 예능을 콘텐츠 공급계약을 통해 넷플릭스나 다른 플랫폼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자본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침투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피지컬:100’, ‘나는 신이다’ 등은 MBC가 직접 제작해 넷플릭스에 납품한 사례다.
앞선 계약에 따라 지상파가 공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건수가 제한됐으나 지난 9월 웨이브와의 콘텐츠 독점 계약이 만료되면서 넷플릭스와의 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지상파는 유리한 조건에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가장 먼저 공식적인 협력을 시작한 SBS에 이어 나머지 두 방송사도 넷플릭스와의 제휴에 나설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이 경우 웨이브 이용자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 지상파 콘텐츠 독점 계약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웨이브가 향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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