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28.2%를 찍었다. 국민 넷 중 하나는 반려동물과 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약 1조1800억원으로, 2020년 9973억원에서 18.3% 성장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8년에는 2조5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몸집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맞물려 펫푸드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국내 펫푸드 제조사이자 유통사로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이는 곳이 ‘우리와’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펫푸드 키친’에서 생산한 ANF, 웰츠, 이즈칸 등 10여개 사료 브랜드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 전체 시장규모의 10%를 훌쩍 뛰어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의 약 10%는 수출을 통한 것으로, 우리와는 최근 농림부로부터, 지난해 한국무역협회로부터 각각 수출탑을 수상한 바 있다.
우리와는 1947년 출범한 대한제분의 산하 대한사료 내 펫푸드 담당 부서가 2018년 분리된 곳이다. 우리와에 2020년은 주요 이정표를 세운 해로, 기존 인천에 있는 자체 생산시설을 충북 음성으로 옮겨 최신식 펫푸드키친으로 재탄생한 시기이자 최광용(53) 현 대표가 영업본부장으로 회사에 합류한 때였다. 2022년부터 대표로서 회사를 이끄는 그를 최근 서울 중구 우리와 본사에서 만났다.
◆외국계 기업 24년 경력, ‘기본’ 중요성 전파
P&G, 네슬레, 존슨앤존슨, 캘로그 등 외국계 기업에서 24년간 경험을 쌓은 최 대표에게 우리와는 첫 토종기업이었다. 외국계 기업에서의 경험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의 힘이 ‘기본’과 ‘원칙’ 고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우리와에서는 영업본부장으로 약 1년간 활동하다 2022년 1월 대표이사로 승진, 수장으로서 ‘기본’에 충실할 것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앞선 사회생활 중 반려동물산업 경험은 없었지만 본질은 같다고 생각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고, 제조업에서의 기본인 품질에 집중하고 있다”며 “경영인으로서 영업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눈앞의 이득을 따르다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둔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님의 신임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유럽 관계자도 입이 떡” 세계 일류 자부 ‘펫푸드키친’
2020년 문을 연 펫푸드키친은 그 이름부터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보통 사료공장이라 칭하는 곳을 우리와는 ‘반려동물의 식사를 위한 주방’으로 인식한다. 생산팀장은 ‘쉐프’라고 불리며 200가지에 달하는 배합비는 ‘레시피’로 통한다.
지상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연면적 약 2만3800㎡(7200평) 규모의 펫푸드키친은 원재료 보관실부터 완제품 출고 물류센터까지 약 250m가 수평구조로 이뤄져 있다. 아울러 공장 내 구역을 구획화했고 구획마다 차단 벽제를 설치했다. 이는 식품 위생 관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공장 내부의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유기농 생산, 검역 시설 인증을 획득한 첨단 시설에 전 세계에서 5대뿐인 최신식 ‘트윈 익스트루딩’ 설비를 갖췄고 자체 진공 코팅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간 평균 6만t, 최대 12만t의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최 대표는 “펫푸드키친을 방문한 전 세계 업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깜짝 놀란다. 펫푸드 선진국이라는 프랑스에서 온 전문가도 ‘이런 곳은 처음 본다’며 입이 떡 벌어졌다”며 “우리 스스로도 IT업계의 첨단시설 못지않다고 자부한다. 국내외 관계자들이 ‘펫푸드 제조시설에 이렇게까지 투자한 이유가 뭐냐’고 묻곤 하는데 ‘품질을 위해선 당연한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표현, 업계 최초 ‘전 제품 품질 책임제’
지난해 4월 우리와는 업계 최초로 ‘전 제품 품질 책임제’를 도입했다. 펫푸드키친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포장지에 생산 일자와 생산자의 이름을 남기는 제도다. 유통과정에서 해당 정보가 지워지지 않도록 UV(자외선)를 활용해 포장지에 각인한다. 이름을 걸고 만든 제품이라는 자부심에 더해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아울러 해당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유통되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QR코드도 포함됐다.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생산공정을 돌아보며 체크가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들어온 원료로,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드러나는 만큼 분야별 책임감 강화의 효과가 있다.
최 대표는 “명색이 펫푸드키친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인데 품질 책임제는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와의 철저한 준비에서 기인하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직원 중에도 반려인이 많다. 그들이 안심하고 반려동물에게 먹일 수 있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묵묵히 지켜온 기본, 위기에서 빛을 발하다
지난 3~5월 펫푸드 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이 집단 발병하며 약 170마리의 고양이가 폐사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특정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사료 때문이라는 소문이 반려인들 사이에서 돌았다.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 사료 브랜드들이 특정되며 입방아에 오르더니 곧 사실상 모든 국내 브랜드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다수 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우리와는 오히려 기존에 진행 중이던 프로모션까지 빼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대신 대형 포털사이트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펫푸드키친에서의 제조 과정을 공개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우리와는 이런 회사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하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자 소비자 신뢰도 역시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최 대표는 “가격을 낮춰서 판매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안전성일 거라 생각했다. 뛰어난 품질이라는 우리의 자부심을 알리려 했다”며 “당시 (가격 할인 판매) 유혹도 있었고 손해를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득을 좇다 큰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와의 선택이 업계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봄의 사태를 우리 국내 펫푸드 제조사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국내 제조자들이 몇 년 사이 상당히 성장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부분도 많다. 더 큰 지지를 받기 위해선 품질, 즉 기본을 충실히 하는 방법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 러시아 진출 등 수출에 박차… 언젠가 ‘삼양’처럼
우리와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케이푸드플러스 수출탑’ 시상식에서 펫푸드사로서는 유일하게 우수상(수출액 50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 우리와는 수출로만 약 600만달러(약 85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국무역협회로부터 ‘5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대한사료 시절이던 2014년 수출 100만달러를 처음 넘은 뒤 햇수로 9년 만에 여섯 배 성장을 이룬 것이다.
현재 태국,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8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 우리와는 필리핀, 멕시코, 인도, 호주, 러시아 진출을 앞뒀거나 노리고 있다. 최 대표는 “러시아의 경우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 진출을 위한 현지 업체를 모색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의 펫푸드키친을 지은 것도, 수년 전부터 사료의 영양기준을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와 유럽 펫푸드산업연합(FEDIAF)의 기준에 맞춘 것도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준비였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품질만큼은 미국∙유럽 등 펫푸드 선진국의 어느 업체와 맞붙어도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와의 ‘롤모델’은 삼양식품이다.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은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최근 식품업체로는 최초로 ‘7억불 수출탑’을 받았다.
최 대표는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더 많은 업체다. 우리와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약 8~9%지만 10년 안에 역전할 것이다. 일단 100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그 뒤로는 2000만달러, 3000만달러 식으로 계속해서 새 이정표를 세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하나의 자랑 ‘PNI 센터’
우리와 펫푸드키친엔 품질관리팀과 연구소 인력 18명으로 구성된 ‘PNI 센터(Pet Nutrition Innovation center)’가 있다. 품질관리팀은 설비부터 공정, 완제품의 품질까지 전 과정에서 제품의 하자 여부를 검사하는 역할을 한다. 최광용 우리와 대표는 “지금까지 품질에 큰 문제점이 없어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게 이 팀의 최고 성과”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연구소도 우리와의 자랑이다. 펫푸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석∙박사 인력 10여명으로 구성된 곳으로, 더 안전하고 건강한 사료를 만들기 위해 영양학 연구, 임상 진행, 신제품 개발 등을 진행한다. 내년에는 별도 연구실도 마련돼 더 전문적인 연구와 실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 대표는 “품질 유지 및 향상을 위해 연구 인력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