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만인의 연인’으로 불렸던 데미 무어가 화려한 부활을 알린 영화 ‘서브스턴스’가 최근 개봉했다. 올해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도 거머쥐며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영화는 TV에어로빅 쇼 진행자인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극 중 그녀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했지만, 현재는 한물간 TV쇼 진행자로 전락한 상태였다.
이후 50살이 되던 날, 그녀는 TV프로듀서인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나이가 많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이후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그녀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그녀는 결국 해당 약물을 투여하고 ‘젊고 아름다운’ 수(마가렛 퀄리)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서브스턴스는 엘리자베스와 수를 각각 7일간의 밸런스로 유지하며 살아가게 한다.
이번 영화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 간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젊음을 좇는 사람들의 욕망, 이를 부추기는 시선들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는 듯했다. 다만 의료진으로서 이야기의 변곡점이 된 자동차 사고에 따른 치료 생각이 끊이지 않은 작품이었다.
작품에서는 교통사고 후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통해 주인공이 젊음을 얻고 사고 후유증이 깨끗이 사라진다.
하지만 현실에선 근골격계 통증이 발생하며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교통사고 후유증으로는 ‘편타성 손상 후유증(Whiplash-Associated Disorder, WAD)’이 있다.
해당 후유증은 목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져 목이 채찍(Whiplash)처럼 앞뒤로 강하게 흔들린 탓에 디스크나 관절 및 인대, 힘줄 등 연부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편타성 손상은 머리와 목 통증의 주 요인이 되며, 증상을 방치하면 어지럼증, 두통, 이명 등 다양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뇌로 이어지는 척수신경이 손상돼 팔다리가 저리거나 마비에까지 이를 수 있다.
다행히 편타성 손상 후유증은 대부분 비수술 치료법으로 호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 침∙약침 등이 포함된 한의 통합치료로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한다.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척추∙관절을 올바르게 교정하고, 무너진 경추 관절과 인대 균형을 바로잡는다. 침 치료는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 통증 완화와 근육 및 인대 이완을 돕는다. 약침 치료는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촉진한다.
실제 편타성 손상에 대한 한의통합치료의 유효성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교통사고를 겪은 지 일주일이 안 된 환자 중 입원 치료를 필요로하는 중증 이상의 편타성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의통합치료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치료 전 통증 숫자평가척도(NRS; 0~10)가 평균 5.44였던 환자들이 치료 후 퇴원 시 3.65로, 퇴원 후 90일경과 시점에는 1.36까지 수치가 떨어졌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CT나 MRI 검진에서 이상이 감지되지 않거나, 일정 기간 환자에게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감지되지 않다가도 뒤늦게 발현될 수 있어, 현재 증상이 약하더라도 빠른 치료를 통해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치료 시기를 놓쳤다간 만성 후유증으로 번질 수 있다.
교통사고는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운전 중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후유증이 악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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