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알렉산더 셰프
한국 장에 캘리포니아 치즈 더해
고추장, 서양 요리에 가장 잘 융화
크림 등 섞어 양념장 주재료 활용
서양선 짠맛 더한 디저트 새로워
‘쌈장 캐러멜’ 디저트 등 선뵐 것
“한국의 발효 식품인 된장, 고추장이 미국에서 발효된 치즈와 만났을 때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더는 ‘두유노 비빔밥’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의 전통 장이 세계 미식계에서 톡톡히 활약하고 있다. 된장, 고추장, 쌈장을 직접 내놓는 것은 아니다. 장류는 각각 잘 어울리는 재료들과 만나 한국의 맛이 어우러진 새로운 소스로 탄생한다. 유네스코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국내 장 명인들을 찾아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세계의 셰프들도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유제품협회 소속 메뉴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바바라 알렉산더(Barbara Alexander) 셰프는 한국의 장류를 활용한 레시피를 알리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학교인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 America)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메뉴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특징이 있다면 한국의 장에 캘리포니아 치즈를 더한 것.
바바라 셰프는 최근 캘리포니아유제품협회와 한국을 찾아 ‘서양 발효와 한국 발효의 만남’을 주제로 만찬을 열었다. 그는 한국의 전통 장의 맥을 이어가는 경북 영주의 무량수에서 김세경 세스타 셰프와 함께 새로운 맛을 선보였다. 바바라 셰프에게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장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미국 현지에서 K푸드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K팝의 인기로 K푸드의 인지도도 급상승했다. MZ 세대가 주 고객층이다. 이전에는 비빔밥이 가장 잘 알려진 한국 요리였지만, 이제는 현지 ‘H마트’나 ‘코리아나 플라자’ 같은 한국 식료품점에서 그동안 구하기 어려웠던 한국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요즘에는 불닭 즉석 라면, 고추장(스리라차 소스의 새로운 버전으로 불린다), 떡볶이, K-핫도그 등이 꼭 먹어봐야 할 K푸드로 꼽힌다. 이 같은 인기와 함께 K푸드는 외식업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양한 K푸드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 장’에 주목하셨다. 세계의 모든 소스를 사용해보셨을텐데, 한국 장의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면.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고추장은 서양 요리에 가장 잘 융화된 한국 소스라는 것이다. 예컨대 태국의 스리라차 소스는 서양에서 매우 인기 있는 고추 소스인데, 고추장은 이와 달리 약간 덜 맵고 달콤함을 더해 조금 더 복합적인 맛으로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쌈장도 호응을 얻고 있다. 된장의 경우 일단 미소(일본식 된장)이 선점한 듯하다. 고추장과 쌈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목표다.”
-아무래도 한국의 장은 외국인에게 인지도는 있어도 직접 사용하는 데에는 부담이 느껴지는 재료로 여겨지는 듯하다. 셰프를 가르치는 셰프로서 이들 장류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게 흥미롭다.
“솔직히 서양에서는 한국식으로 (장류를) 디핑 소스처럼 활용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양념장의 주재료로 크림치즈, 버터 또는 크림과 섞어 소스로 활용하는 방식에 좀 더 익숙한 듯하다. 예를 들어, 저는 쌈장을 카르보나라와 유사한 ‘카치오’에 페페 소스에 넣어 사용하는 식이다.
다른 셰프들도 장류를 쓸 때 전통적인 한식 요리법을 고수하기보다는 각 나라에서 현지의 입맛에 맞게 메뉴에 적용하고 있다고 본다. 전통적인 한식은 서양인에게는 다소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보니 한식에서 사용되는 소스를 서양식으로 풀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서양의 입맛에 맞는 메뉴로 도입되는 식이다.”
-사실 한국인에게 이번 캘리포니아 치즈와 장류의 만남은 ‘이게 된다고?’ 싶을 수도 있는 요소였다. 두 발효식품의 만남, 어떤 점이 가장 흥미로웠나.
“캘리포니아에서 한국까지의 ‘발효 여정’은 한국의 장과 캘리포니아 치즈의 흥미롭고 성공적인 조화였다. 고추장의 강한 맛은 부드러운 크림치즈의 맛으로 완화하고, 반대로 버터의 부드러운 맛은 쌈장을 더해 강한 맛을 보완했다. 아직은 두 재료의 융합을 알리는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영주 무량수에서 선보인 ‘고추장 벨벳 칵테일’을 인상 깊어 하신 분들이 많다.
“제가 항상 즐기는 ‘팔로마 칵테일’을 변형했다(웃음). 매콤하면서 상큼한 라임향이 특징이다. 기존 레시피의 할라페뇨 대신 고추장을 넣어 메뉴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약간의 단맛을 더해 맛의 밸런스를 맞췄다.
이뿐 아니라 무량수에서 선보인 메뉴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매우 즐거웠다.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우선 좋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겠나. 좋은 장과 치즈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진정한 장인의 제품들이 서로 잘 어우러졌을 때 보람을 느꼈다.”
-세계적인 셰프들을 대상으로 강의 중이다. 이번에 선보인 ‘발효 콜라보’를 해외에서도 강연하신다고 들었다. 어떤 점을 주로 소개해주실 예정인지.
“메뉴를 기획하는 것은 제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는 디저트에서 짠맛·매운맛·달콤한 맛, 치즈 풍미의 조합을 잘 받아들인다. 반면 서양에서는 단맛을 선호하고 약간의 짠맛이 더해진 디저트는 ‘새롭다’고 평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 ‘쌈장 캐러멜’을 치즈케이크 아이스크림에 적용, 서양 고객들에게 선보이려 한다. 약간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쌈장의 맛이 더해진 새로운 디저트가 서양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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