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6관왕에 빛난 장유빈이 LIV 골프 진출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택했다.
LIV 골프 아이언 헤드 GC는 11일 “코리안 투어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차세대 스타 장유빈을 영입했다. 스콧 빈센트(짐바브웨)의 빈자리를 채운다”고 발표했다. 장유빈의 국내 소속사 올댓스포츠도 이날 그의 LIV 골프 진출을 공식화했다.
장유빈은 올해 KPGA 투어 최고의 선수다. 21개 대회에 나서 우승 2회, 준우승 5회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대상과 함께 역대 최초 단일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를 일구며 상금왕도 가져갔다. 여기에 최저타수상, 장타상, 톱10피니시상, 기량발전상을 얹어 최초의 6관왕 업적을 빚었다.
국내가 비좁았던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퀄리파잉(Q) 시리즈 응시를 공식화하며 미국 무대로 눈길을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Q시리즈 개막 이틀을 앞두고 출전을 철회했고, 전격적으로 LIV 골프의 손을 잡았다. 한국 국적 선수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장유빈은 “11월 중순에 공식 제안을 받았다. 최근까지도 PGA와 LIV 사이에서 매일 고민했다”며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내년부터 바로 경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LIV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 타이틀도 욕심이 났다. 물론 엄청난 상금이 한몫한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LIV골프의 최종 계약진행 의사 통보는 7일에 이뤄졌다. 아이언 헤드 GC를 이끄는 미국 교포 케빈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아시안프로골프투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장유빈과 함께 필드를 누비며 이적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 장유빈은 귀국을 알리고 9일에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장유빈은 “마지막까지도 PGA투어 도전을 고민했다. 실제로 사우디 대회장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과 숙박을 모두 예약해둔 상황이었다”며 자신이 거듭했던 장고를 언급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길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후 LIV와 PGA 관계가 개선된다면 다양한 길이 열릴 것이다. 많은 KPGA 선수가 LIV프로모션에 도전하는 것만 봐도 선수들이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라며 “PGA 꿈을 포기한 게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활동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결단을 마친 만큼, LIV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남기는 게 향후 핵심 과제다. 그는 “사우디 인터내셔널에서 (같은 팀 소속) 케빈 나, 대니 리와 함께 플레이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 실력이 굉장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나만 잘 적응한다면 우수한 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동시에 KPGA 무대도 병행한다. 그는 “LIV골프 리그는 8월에 모두 종료된다. 9월부터는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와 KPGA 투어도 출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중히 고민해 결정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새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지만, 용기 내서 내딛는 길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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