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유가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를 통해 자신을 돌아봤다. 본인 스스로 ‘밝지 않다’고 말한 공유는 말랑한 동화 이야기가 아닌 다크한 판타지로도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있음을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픈된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결혼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으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공유는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정서적으로 데미지를 안고 성장하지 못한 어른 한정원 역을 맡았다. 보고 자란 것이 폭력과 어머니의 죽음이었던 어린 정원은 집을 뛰쳐나온 날 우산을 씌워주는 어린 이서연(정윤하 분)을 보고 자신을 현실에서 구해줄 사람으로 인식해 살아왔다. 30년간 의지했지만 집착과 통제로 정원을 다뤄온 서연은 그를 더욱 옭아매기 위해 기간제 결혼을 추천하고, 거기서 정원은 노인지(서현진 분)를 만나며 새롭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 던지고자 하는 얘기가 마음에 들었고, 정원이 겪은 상처들에 연민과 동질감이 어렴풋이 생겼다.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이 믿는 사랑은 뭔가요?’라고 저한테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촬영하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봤고, 사랑이나 관계에 대해 막연하게 지향하고 있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건드렸다”고 작품을 참여하게 된 이유와 소감을 전했다.
정원에 대한 전 부인 서연의 사랑을 ‘뒤틀린 욕망’이라고 표현한 공유는 “제 스스로는 성숙한 관계를 선호하고 소유의 사랑은 지양한다. 이 사람을 통제하거나 내 것이라고 여기는 소유의 욕망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치부 같은 것들이 이 드라마에서 잘 보인다”고 말했다.
드라마에는 정원이 서연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지에게 마음을 열고, 스스로 아끼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인간관계에서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삶을 구원한다. 이들의 다양한 서사가 그려지기 때문에 분위기 자체는 다소 어둡고 차갑다.
공유는 “저는 세상을 마냥 아름답고 밝게 보는 사람이 아니다. 작품이 조금은 우울하더라도 그 이면의 스토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이 작품에 대해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는 건 예상했다. 말랑하고 밝은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오는 판타지도 있지만, 그 반대의 판타지도 있다고 본다.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 작품이 위로나 치유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생각을 밝혔다.
트렁크를 선보이기까지 공유는 3년의 공백을 가졌다. 마지막 작품은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였다. 의도한 공백은 아니었지만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최대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자 덤빈 적도 있지만 일을 해보니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넷플릭스가 자막, 음악 등의 후반 작업이 길어서 의도치 않게 늦춰진 경우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을 끝낸 공유는 연말까지 또 다른 화제작으로 바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는 26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오픈을 앞두고 있다. 특별 출연이지만 시즌1에 이어 임팩트있는 빌런 연기로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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