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콘텐츠 제작 등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까지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일자리 감소와 저작권 우려 등 새로운 윤리적, 법적 쟁점들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영화 ‘원 모어 펌킨’은 감독이 단 5일 만에 제작했다. 3분짜리 단편인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간 제작비는 사실상 ‘0원’이다. 감독이 당시 무료로 오픈한 AI 프로그램 툴을 써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과 음성, 배경음은 생성형 AI에 텍스트를 입력해 만들었다. 야외촬영, CG(특수효과), 음향 등 모든 과정을 AI 프로그램으로 완성했고 실제 촬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배우나 카메라가 아예 없는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올해 국내 영화제 최초로 ‘AI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거대 자본 없이 할리우드 영화를 이길 기회를 꽃피우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영화 제작에는 최소 수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게 현실이었지만 AI를 활용한다면 제작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사용 방법만 익힌다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재현할 수 있기에 새로운 콘텐츠 등장에도 긍정적이다. 이은규 한국AI진흥협회 문화예술콘텐츠 위원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AI 기술은 비용 절감과 함께 창작의 문턱을 낮추며 기존에 제한된 소수 창작자 중심의 산업 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안과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누군가에겐 기회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사람이 할 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 AI 영화가 시장을 지배한다면 당연히 촬영 감독이나 배우 등 기존 일자리는 축소된다. 각종 조사에서도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로 AI가 지목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발간한 ‘디지털 기반 기술혁신과 인력수요 구조 변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AI 도입으로 모든 직업에서 노동력 대체 등 고용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반복 직무, 반복적이지 않은 육체적 직무, 반복적이지 않은 사고·인지 직무 순으로 노동력 대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AI 확산은 창작자들의 수익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저작권단체연맹에 따르면 음악·영상 콘텐츠 창작자들은 AI의 급격한 발달로 2028년까지 각각 24%와 21%의 수익 감소가 예측됐다. 연맹은 “규제 체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창작자들은 AI 혁명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 문제도 쟁점이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AI가 독자적으로 생성한 작품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람과 AI가 함께 작업한 창작물은 사람의 독창성이 인정되면 편집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AI 활용도 전문성이고 노하우”라며 AI 창작물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AI 자체를 저작권의 한 주체로 보는 것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크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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