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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아버지로서 책임"…선언 아닌 실천으로 입증해야

입력 : 2024-12-01 15:48:40 수정 : 2024-12-01 15: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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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

 

혼외자에 대해 배우 정우성이 언급한 이 말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발언은 한편으로는 그가 유명인으로서 책임감을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말속에 내재된 모순과 한계도 있다.

 

자녀를 향한 사랑과 양육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 책임의 구체적 내용이나 실현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전통적 가족 가치와 충돌하고,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아버지들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듯한 인상을 준다. 그동안 보지 못한 상황과 말로 대중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전통적으로 아버지란 가족을 위해 경제적, 정서적으로 헌신하며 자녀와 배우자에게 안정된 가정을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책임을 감당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통해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책임의 핵심이자 도리로 여겨졌다. 이러한 전통적 가치관에 따르면 정우성의 행보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가족의 틀을 벗어난 것으로, 그가 말하는 ‘책임’은 기존의 아버지 역할과는 괴리가 크다. 아니 그 삶들을 정면으로 거부해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이러한 전통적 책임의 가치를 간과하거나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아버지들이 묵묵히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헌신이야말로 아버지로서의 최선이자 책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가족이라는 전통적 틀 없이도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아버지들의 헌신을 무색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선언 이상의 책임감과 구체적 행동을 동반해야만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묵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것이 공허한 약속으로 끝날 경우 대중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특히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은 결혼과 가족의 전통적 틀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 애쓰는 이들을 상대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드는 함의를 담고 있다면 더욱 문제가 된다.

 

아버지로서의 책임은 단지 선언이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헌신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입증돼야 한다. 전통적 가족 구조 안에서 역할을 다하려 노력한 수많은 아버지들은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증명해왔다. 그들은 대중 앞에서 화려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묵묵히 삶의 무게를 견디며 가족을 위한 희생을 감내했다.

 

전통적 가족의 틀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강조한다면 그 책임의 실질적 의미와 행동을 통해 자신이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말은 단지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허울만 보기 좋은 공허한 약속으로 들릴 뿐 아니라, 위기를 그저 넘기기만 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은 전통적 아버지 역할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그가 강조한 새로운 형태의 책임이 어떤 모습으로 실현될지를 명확히 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가족을 구성하고 헌신하며 묵묵히 책임을 다해 온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의 책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통적 가족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켜봐야겠다. 그가 말하는 책임은 무엇을 뜻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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