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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감독 열풍④] 물결 일으킨 ‘선구자’ 틸리카이넨… “V리그, 참 재밌어졌다”

입력 : 2024-11-22 06:15:00 수정 : 2024-11-21 22: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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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유행을 이끈 선구자, 멈출 생각은 없다.

 

대한항공은 V리그 남자부를 주름 잡는 최고의 팀이다.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사상 최초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종전 삼성화재의 3연속 통합우승을 뛰어넘었다. 그전까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1번(2017∼2018시즌) 뿐이었지만, 이제는 최고의 명문 구단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중심에는 팀을 이끄는 핀란드 수장,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있다. 로베르토 산틸리 전임 감독을 이어 2021∼2022시즌부터 대한항공 지휘봉을 든 그는 V리그에 자신만의 특색있는 리더십을 펼쳐놓으며 지난 3번의 통합 우승을 지휘했다. 팀원인 한선수나 유광우보다도 어린 1987년생의 젊은 감독이지만, 코트 위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의 빼어난 결과물은 V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시즌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이 OK저축은행 지휘봉을 잡았고, 이번 시즌 3명의 ‘이방인 감독’들이 추가되면서 총 5명의 외인 사령탑이 V리그 남자부를 누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외인 감독 매치업이 늘어나다보니, 개인적으로도 리그가 참 재밌어졌다”며 “새로운 감독들이 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는 게 정말 흥미롭다. 장기적으로 V리그와 한국 배구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웃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과 경기를 마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트렌드를 선도한 주인공이기에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구단은 원래 하던 것과 다른 배구를 원했고, 그게 나의 스타일과 맞아떨어졌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이라며 대한항공과 손잡은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외인 감독이 많아진 것도 나에게는 훌륭한 경험이다. 동시에 더욱 잘해야 한다는 큰 책임감도 느끼는 중”이라고 전했다.

 

타국에서 일하는 감독으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그는 “공통 언어가 없기에 의사소통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한항공과 함께하며 배구 코트에서 각자의 언어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레벨까지 왔다”고 미소 짓는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지난 시즌 4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한 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다른 문화권에서 지도하는 것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본 그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건, 팀에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사고 싶은, 받아들이고 싶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목표를 향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 법”이라는 자신의 지도 철학도 함께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온 감독들이 코트 위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나에게도 그렇고 선수들과 리그 전체도 그렇고, 배구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많이 접하는 건 매우 유용한 일”이라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 배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띄워보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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