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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현장] 삼성가 ‘비밀의 은행나무숲’ 반세기 만에 열렸다

입력 : 2024-11-17 18:55:24 수정 : 2024-11-17 21: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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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그루의 국내 최대 군락지
최초 공개 … 티켓 2분 만에 완판
5㎞ 숲길서 황금빛 가을 만끽
“올해는 특별하게 투톤 은행잎”
전망대 인생샷·명상장서 요가

50년 간 베일에 싸여 있던 삼성가의 은행나무숲이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했다. 용인 에버랜드 정문에서 차로 약 10분.

 

경기도 용인시 신원리 향수산 자락에는 14만 5000㎡를 황금빛으로 채운 은행나무 군락지가 있다. 약 3만 그루의 은행나무가 가을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숲은 1970년대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산림녹화를 위해 조성했다. 1970년대 산림녹화를 위해 은행나무를 심은 이후 외부 접근이 통제됐다.

 

관리를 위해 찾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다 보니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며 숲의 자연 상태가 그대로 유지돼 속칭 ‘삼성가 비밀의 은행나무 숲’으로 불렸다.

 

그동안 B2B(기업 간 거래) 고객에게는 개방했지만, 일반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비밀의 은행나무숲을 찾았다.

은행나무 숲에 황금빛 가을이 찾아왔다. 사진=정희원 기자

◆은행나무숲 관람권 ‘피켓팅’ 2분 컷

 

이번 은행나무 숲 공개와 함께 에버랜드는 지난달 18일부터 참가자를 모집했다. 티켓팅이 시작되자마자 사람이 몰렸고, 고작 2분 만에 마감됐다.

 

마치 아이돌 콘서트 판매 현장을 방불케 하는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매주 금, 토, 일 하루 3회씩 800명의 참가자가 소문 속의 은행나무숲을 둘러보고 있다.

일반에 처음 공개된 이번 프로그램은 은행나무숲과 인근 ‘호암미술관’, 전통 정원 ‘희원’ 등을 포함한 문화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완벽한 힐링 코스로 운영 중이다.

은행나무 숲에 황금빛 가을이 찾아왔다. 사진=정희원 기자
은행나무 숲을 찾은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약 5㎞에 이르는 트레킹코스에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끽한다. 중간중간 나무의자와 명상장, 그리고 은행나무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인생샷’도 남길 수 있다. 숲 중앙에 있는 ‘명상장’에서는 은행나무 숲에 둘러싸여 명상하고 요가도 할 수 있다. 해먹에 누워 파란 하늘과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해본다.

에버랜드 측 관계자에 따르면 비밀의 은행나무숲 대중 공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이 관계자는 “관람 후 숲 상태를 보고 지속해서 진행할지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은행나무는 세계적으로 1종만이 존재하는 희귀 식물이다. 사진=정희원 기자

◆은행나무 약 3만 그루가 만든 국내 최대 군락지

고 이병철 회장이 이 지역의 숲을 가꾼 이유는 무엇일까. 에버랜드 측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본래 돌과 물이 대단히 많았다. 나무가 자라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산림녹화에 더 나서게 된다.

당시 이 회장은 국민 식량 자급과 경제적 기여를 위해 밤나무·사과나무 등 경제 수종을 주로 심었다.

 

이번에 함께한 ‘꽃바람 이박사’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 그룹장은 “처음에 사과나무, 살구나무, 밤나무를 심었던 것은 1970년대 초 경제가 너무 안 좋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종을 골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제일제당은 이곳에서 딴 살구로 주스를 만들어 파라과이 수출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이곳이 은행나무 군락지로 바뀐 것은 1980년대부터다.

 

이 그룹장은 “밤나무는 1979년 혹한의 추위에 90% 이상이 얼어 죽었다. 그런데 밤나무 사이사이 심어놨던 은행나무는 살아 있었다”며 “어떤 환경에서도 꿋꿋이 견뎌낸 은행나무가 이곳을 채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 심어나가기 시작했다. 시련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모습이 국토 개발이라는 기업 정신과 맞닿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만 그루의 은행나무가 햇볕을 더 받기 위해 경쟁하듯 하늘로 쭉쭉 뻗어 나가며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올해는 유독 은행잎의 그라데이션이 눈에 띈다. 기후 변화 탓이다. 끝은 초록색이고 점점 노란색으로 바뀌어 있다. 이 그룹장은 “날이 추워졌다가 따뜻하기를 반복하면서 은행잎도 ‘투톤’이 됐다”며 “기후 변화가 해결되면 초록색이 섞인 단풍은 올해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로 생긴 투톤 은행잎. 사진=정희원 기자
비밀의 은행나무숲을 찾은 관람객들이 은행잎을 들고 즐거워 하고 있다. 에버랜드

은행나무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 2가지. 우리에게 익숙한 은행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오직 오직 1종 1속 1과 1목 1강 1문만이 존재하는 희귀 식물이다. 자연적으로 서식지를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은행을 식용으로 먹는 한국, 일본, 중국 3곳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현재 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EN)으로 등록돼 있다. 이곳 은행나무숲이 자연 보존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은행나무는 현존하는 식물 중 살아 있는 화석이기도 하다.

 

지구의 나이는 약 48억 살이다. 은행나무가 등장하고 나서 지구 상에 살았던 생명체의 95%가 사라지는 대멸종 시기도 3차례나 찾아왔다. 그럼에도 은행나무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은행나무숲 전망대에서는 황금빛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에버랜드

◆에버랜드, 체험형 인프라 확대… 새로운 고객 경험 창출

에버랜드는 숲, 정원, 주변 인프라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문객 경험을 강화해가고 있다.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 뿐만 아니라 포레스트캠프, 은행나무숲, 분재원, 스피드웨이, 호암미술관 등 같은 단지에 있는 체험 인프라를 내방객이 원하는 대로 모듈화해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마음건강을 지키는 ‘비타민캠프’, 더 좋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리더십캠프’ 등도 입소문을 타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은행나무숲을 걷다 보면 명상길에서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명상에 나서는 참가자들. 에버랜드

에버랜드 관계자는 “국내 여가 문화와 인구구조의 변화 트렌드 속에서 오직 에버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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