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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한국 체육] 꽉 닫힌 그 속에서…체육단체가 자정능력을 잃어간다

입력 : 2024-11-15 06:00:00 수정 : 2024-11-15 09: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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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문을 열어야 한다.

 

그들만의 세상이다.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그 안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정보보안을 이유로 꽉 닫힌 문은 좀처럼 열릴 생각을 않는다. 폐쇄된 그 속에선 각종 사건사고들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체육단체들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채용비리, 금품 수수 등의 비위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 피와 땀이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모습, 스스로 ‘신뢰’라는 두 글자를 저버렸다.

 

대한체육회가 대표적이다. 이기흥 회장의 행보를 두고 시끄럽다. 부정 채용, 후원물품 횡령 등으로 정부로부터 직무가 정지됐음에도 스포츠공정위원회는 3선 연임의 길을 열어줬다. 애초 스포츠공정위에 대한 물음표가 컸던 상황이다. 대부분이 대한체육회 내부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위원 선임 시 외부 인사가 과반수 이상 포함된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6명 중 5명은 대한체육회 이력이 있다. 김병철 위원장만 하더라도 이기흥 회장 특별보좌역 출신이다.

 

사진=뉴시스

 

기준조차 제각각이다. 김승수 국민의 힘 의원이 스포츠공정위 속기록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다. 연임이 부결됐다가 해당 협회서 강력히 요청했다는 이유로 번복된 사례도 있다. 거액을 출연했으나 도와줘야 한다고 통과시킨 사례도 있다. 음주운전 이력을 가진 6명 중 1명은 언급조차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 결과 이기흥 회장 취임 전인 2016년 22.2%였던 연임 심의 인정 비율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91.6%%까지 치솟았다.

 

국민의 혈세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김병철 위원장은 이기흥 회장 특별보좌역 출신으로 2년간 월 310만원씩 총 7440만원을 받았다. 축구협회의 경우 비상근 임원들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 원씩 급여성 고정 보수를 지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비상근 임원은 정관상 보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비상근 임원 44명 중 34명에게 지급한 보수는 28억 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자문료를 받은 임원은 마이클 뮐러(독일) 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1년 2개월간 약 3억5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반성의 자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 출석을 거부했던 이기흥 회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귀국 일자를 하루 앞당겼다. 비위 혐의에 대해 “1%도 동의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시도체육회와 경기 단체 임원들이 회장직을 한 번 더 맡아달라고 한다. 상황을 정리해줄 사람이 없고, 맞서 싸워 달라고 한다”면서 “파리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여러 단체서 조사하고 언론의 질타를 받아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고인물은 결국 썩기 마련이다.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일거수일투족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불거지는 문제 대부분은 균형과 견제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단체의 자정능력만을 바라보기엔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그간 체육 단체들은 정치적 도구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율성을 요구해왔다. 이를 위해선 책임 있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곳이라면 더 신중해야 한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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