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팀’이라는 꼬리표를 지우고 달라진 팀 컬러를 예고한다.
여자프로농구(WKBL)의 KB국민은행은 최근 10년 간 우리은행과 함께 양강체제를 구축한 강팀이다. 중심에는 박지수가 있었다. 양날의 검이었다.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KB는 천하무적이었다. 2번의 통합우승(2018~2019, 2020~2021)이라는 열매를 수확했다. 그러나 박지수가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2022∼2023시즌 5위에 머물며 봄 농구 진출에 실패했다. 박지수가 다시 코트로 복귀한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KB가 ‘박지수 원맨팀’으로 불린 이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박지수가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로 이적했다. 개막을 앞두고 ‘올해의 우승팀’ 설문 조사에서 5∼6위에 머문 배경이다.
KB는 팀 색깔을 바꾸기 위해 지난 여름 부단히 노력했다. 김완수 KB 감독은 이전까지 박지수 중심의 포스트업 플레이를 바탕으로 여기서 파생되는 농구 전술을 주무기로 삼았다면, 이제는 공간을 활용한 빠른 농구, 외곽슛이 주무기인 농구로 변화를 줬다. 김 감독은 지난 27일 하나은행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박)지수가 없어서 골밑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외곽 공격에서 얼마나 강점을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허예은과 강이슬을 앞세운 외곽포로 하나은행을 64-56으로 제압했다. KB는 이날 27개의 3점슛을 시도해 8개를 성공했다. 3점슛 성공률 27.59%. 특히 허예은(19점·7리바운드·4어시스트)이 이중 9개를 시도해 3개를 집어넣었고, 강이슬(17점·6리바운드)은 7개를 시도해 3개를 성공했다.
의미 있는 변화다. 지난 시즌 KB의 평균 3점슛 시도 개수는 23.2개에 불과했다. 3점슛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김 감독은 “2점슛과 3점슛 비율을 5대5까지 가져가려고 한다”며 “터프슛만 아니면 먼 거리에서 슛을 던지든 뭐든 다 괜찮다고 얘기했다. 골밑이 약하지만 허예은, 강이슬, 나가타 모에 모두 1대1 공격이 가능한 선수들이라 그렇게 활용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가드 허예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전까진 좋은 빅맨이 있으니 패스만 잘 넣어주면 됐다. 이제는 패스뿐 아니라 자신의 공격도 봐야 한다. 그는 “(박)지수 언니가 없기에 공격 옵션에 더욱 다양해졌다. 분업화가 중요할 것 같다. 골밑을 강조하는 농구에서 스페이싱을 강조하는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 시즌에는 이렇게 슛을 못 던졌다. 팀에 슈터가 많아서 내가 공격 기회를 가져가는 걸 수도 있으나, 책임감을 갖고 던진다. 자신은 있다. 더 열심히 던질 생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수가 없는 첫 경기에서 승리한 KB는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농구를 향해 걸어간다.
부천=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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