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 평가를 뒤집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인생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이 야구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도 그랬다. 21일 KIA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쏟아지는 비로 경기가 중단됐다. 당시 투구 수는 66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6회 초 김헌곤의 솔로 홈런과 더불어 무사 1,2루 결정적인 찬스까지 찾아왔던 상황이었다. 서스펜디드 경기(Suspended Game·일시정지 경기) 선언이 두고두고 아쉬웠던 까닭이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튿날에도 비가 이어졌다. 22일 예고됐던 1차전 서스펜디드와 2차전이 또 한 번 뒤로 미뤄졌다. KS 일정 전체가 하루씩 연기됐다. 욕심을 낸다면 4차전과 7차전, 최대 2경기에 더 등판할 수 있게 됐다. 원태인은 “(이번 비는) 우리에게 좋은 쪽으로 가게된 것 같다. 4일 휴식하며 좋은 컨디션으로 4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S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는 것 아닌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번 포스트시즌(PS)은 원태인에게 큰 의미가 있다. 입단 후 줄곧 토종 1선발로 활약해왔다. 다만, PS 경험이 많지는 않다. 지난해까지 2021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서 한 차례 구원 등판했던 것이 전부였다. 더욱 이를 악문 배경이다. 원태인은 “야구하면서 이렇게 큰 무대서 내 가치를 증명해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좋은 쪽으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다행히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원태인은 올 시즌 정규리그 28경기서 15승을 낚았다. 곽빈(두산)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단독 다승왕에 도전할 수도 있었으나 PS를 위해 아꼈다.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준비돼 있다”고 말한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PO 2차전(6⅔이닝 1실점)에 이어 KS 1차전까지 호투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빡빡한 일정이 예고돼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당장 또 던지라 해도 준비가 돼 있다. 우승한다면 뭐든 못하겠느냐”고 끄덕였다.
반전의 2024시즌이다. 개막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삼성을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보란 듯이 정규리그 2위를 마크했다. PO에서도 LG 쪽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해냈다. 비로 인해 경기가 밀릴 때마다 상대에게 유리할 거란 전망도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 원태인은 “우리가 모든 평가를 뒤집고 있지 않나”라며 “KS에서도 많은 분들이 KIA의 우승을 이야기하더라. 오히려 좋다. 우리는 부담 없이, 늘 그랬듯 평가를 뒤집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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